[각국의 성스캔들과 정치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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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일 오후 (한국시간 4일 오전) 부터 나올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섹스 스캔들에 시달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향후 입지와 직결된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탄핵을 면할 수 있지만 공화당이 대승할 경우 그의 정치생명까지도 장담키 어렵게 된다.

미 중간선거를 계기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섹스 스캔들과 정치생명의 함수관계를 알아본다.

◇미국 = 지난 1월 불거진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은 이번 선거의 '뜨거운 감자' 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스캔들은 공화.민주당 모두에 호재인 동시에 악재로 작용하는 묘한 양상을 띠었다.

서로가 성추문을 상대방을 공격하는 창과 방패로 사용한 것.

스타 보고서 공개 직후 들끓었던 탄핵 공세가 지난달초 하원의 탄핵조사안 가결로 이어지면서 당초 공화당은 중간선거의 압도적 승리를 장담했다.

조사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달 21일 공화당의 좌장격인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40석 이상의 승리' 를 호언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가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미 정부의 부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 (場) 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수세에 몰리던 민주당은 경제호황을 바탕으로 '르윈스키' 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심리를 파고들기 시작했으며 '스캔들' 을 오히려 공화당 공격의 무기로 삼으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성추문을 당파적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클린턴 외에도 최근 28세 연하 흑인 하녀와의 혼외 정사 사실이 드러난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을 비롯, 스캔들을 뿌린 미 대통령은 수두룩하다.

◇영국 = 정치인의 불륜은 여론정치가 본격화된 2차세계대전 이후 폭로의 대상이 됐다.

불륜은 때로는 정치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론 데이비스 웨일스 담당장관은 지난달 27일 동성애와 관련된 성추문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즉각 사임했다.

데이비드 멜러 국민문화장관은 지난 92년 영화배우와의 불륜이 폭로돼 물러났다.

◇프랑스 = 언론들이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를 터부시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테랑 전대통령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나 보도하지 않았다.

미테랑의 사생아는 94년 11월 한 주간지에 의해 폭로됐다.

국민들도 정치인의 사생활에 관한한 자신들 이상의 도덕기준을 정치인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현직 헌법위원회 위원장인 롤랑 뒤마 (76) 전 외무장관의 성추문이 한 대중 주간지에 폭로됨으로써 프랑스의 전통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본 = '허리 아래에는 인격이 없다' 는 일본속설처럼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정치인 진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여론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노 소스케 (宇野宗佑.사망) 전 총리. 그는 89년 총리에 오르자마자 여자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85년부터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어오던 요정의 게이샤 (藝者.기생)가 우노의 총리취임 소식을 듣고 "연약한 여자를 짓밟은 사람 (우노) 은 재상감이 못된다" 고 폭로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염태정.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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