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국 '밀착시대'예고…블레어 총체적 협력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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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과 영국 사이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중.영 양국은 6일부터 시작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21세기를 향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키로 합의했다.

또 99년 하반기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청으로 중국 주석으로선 처음으로 장쩌민 (江澤民) 주석이 영국을 방문한다.

뿐만이 아니다.

양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차원 만남의 장인 '중영논단 (中英論壇)' 을 구성한다.

중.영은 또 장관급 군부인사 교환방문 등 군사방면의 교류를 강화하며 국제금융환경의 안정을 공동으로 추구키로 합의했다.

그야말로 21세기 진입을 앞둔 총체적 협력관계의 수립에 다름 아니다.

이같은 중.영 양국의 밀착은 블레어 총리가 추구하는 제3의 길, 즉 새로운 영국 건설을 위해 2분법적 냉전사고로부터 탈피, 국가의 도전을 극복한다는 신시대적 정책과 중국의 치밀한 실리적 접근방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을 중시하지만 아시아에도 과감히 눈길을 돌린다는 블레어 총리의 방침에 따라 영국은 지난봄 유엔 인권위원회의 중국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에 반대, 중국의 대환영을 받았다.

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을 앞장서 지지했고 '98 영국내의 중국해' 란 행사도 개최했다.

때문에 이번 블레어 총리의 방중에 맞춰 중국에선 블레어 총리를 최대한 대접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 첫번째가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줄곧 강조한 중.영간 새로운 협력의 시대 도래란 찬사다.

이는 지난 1백50여년간 홍콩문제로 영국이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영국은 중국의 환대속에 후난 (湖南) 성의 창사 (長沙) 화력발전소 건설권을 따내는 등 7일에만 무려 8억달러 어치의 계약을 했다.

더 큰 비즈니스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지난주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중국에 와서도 따내지 못했던 에어버스의 중국 판매를 성사시키겠다는 야심이다.

중국 역시 철저히 실리를 따지고 있다.

중국은 블레어의 방중을 계기로 영국과 동반자관계 수립에 합의,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들과 모두 21세기를 향한 동반자관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완성했다.

러시아.프랑스.미국에 이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영국을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란 틀 안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이 늘 영국과 외교적 힘을 합쳐 중국 흔들기에 나선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중국으로선 적지 않은 성과다.

나아가 중국은 유럽 진출에 영국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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