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어디까지 갈 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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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주일전 본란 (本欄) 은 야당의 의원직 사퇴.장외투쟁과 여당의 단독국회 강행 등 두 가지 불사론 (不辭論) 을 개탄한 바 있다.

정치에서 7일이면 웬만한 대치현안을 풀기에 충분한데도 해결은커녕 오히려 여야의 각 (角) 이 더 벌어졌으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오늘 여당은 단독으로 국회를 밀어붙일 참이다.

야당은 대구.부산에 이어 다시 26일 대구, 29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정 (司正) 정국에 관한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영수회담은 꿈도 못꿀 형세가 돼 버렸다.

추석은 화합과 공유의 명절인데 한국정치는 그 정신으로부터 멀리 멀리 달아나고 있다.

미국에선 대화.협상의 인내를 촉구할 때 "1마일만 더 가라 (Go the extra mile)" 는 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우선 여당에 이를 권고하고 싶다.

여당이 국회를 단독으로 열려는 것은 시급한 민생현안이 걸려 있다기보다는 바깥으로 도는 야당에 끌려가지 않고 국정의 주류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장 가장 중요한 의사일정은 국정감사인데 야당이 빠진 국감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상임위별로도 분초를 다투는 문제는 별로 없다.

더욱이 곧 추석연휴가 다가오니 상위가 열린다 해도 의정의 흐름이 끊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국정의 큰 명분을 생각한다면 여당은 더 포용적인 자세로 야당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야당집회의 시시비비는 여론에 맡기고 여당은 야당과의 진솔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편파사정 의혹 등 정국의 응어리에 솔직하게 다가서야 한다.

왜 추석후까지라도 1마일을 더 가지 못하는가.

야당이 진행중인 일련의 '경상도 집회' 는 시대의 절박한 주제인 지역감정 해소와 거꾸로 가는 심대한 결과가 우려된다.

야당은 사정의 표적이 주로 영남출신이며, 현재의 여당도 과거 어려울 때마다 '고향 집회' 에서 생존력을 확인하곤 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국가적 통합이란 국익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야당 주장대로 사정의 화살이 정교한 프로그램에 따라 특정지역만을 겨누고 있다면 그것은 야당이 그 지역에 가서 외치지 않아도 민심이 안다.

야당이 당사에서, 국민과 언론을 향해 그런 사정을 호소해도 필요한 설득력은 얻을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역감정이 가장 무거운 어깨짐이 돼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투쟁방법이라 해도 의식적으로 특정지역의 정서에 불을 붙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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