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의 Wine &] 와인과 사케, 맛있는‘윈윈’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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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와인나라는 5월부터 구보다(사진), 핫카이산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일본 사케 10여 종을 판다. 이철형 대표는 “와인과 사케는 즐기는 소비자들이 비슷하다. 현재 일부 고급 사케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와인코너에서도 사케 열풍이 뜨겁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을 비롯해 잠실점, 강남점, 노원점에 사케 전문관을 열었다. 20여 개에 불과했던 사케 종류를 60개 이상으로 늘렸다. 본점의 경우 매월 30만~300만원을 오가던 매출이 전문관을 연 뒤 7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전현자 매니저는 “와인을 사러 왔다가 사케를 사는 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와인과 사케의 ‘동거’는 최근 주류시장과 무관치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케 수입액은 2006년 262만 달러에서 2008년 647만 달러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했다. 반면 와인은 올 들어 5월까지 수입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1% 줄었다. 유통업체들은 와인의 감소분을 사케를 통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사케류』의 저자 김혜주씨는 “와인에서 시작된 유통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사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사케 업체들도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와인 업체들에 기대고 있다. 사케 수입업체인 니혼슈코리아는 5월부터 백화점을 포함해 레스토랑의 사케 영업을 와인업체인 우리와인에 위탁했다.

이 회사 김창우 팀장은 “백화점의 경우 기존에 상주하는 와인업체 사원들을 통해 사케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며 “와인이 잘나가는 고급 레스토랑에도 사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와인의 변기호 사장은 “우리로선 최근 늘고 있는 일본식 선술집에 와인을 제공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와인과 사케의 끈끈한 관계는 과거 일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거품경제를 누리던 1980년대 말 일본에선 와인이 큰 인기를 누리는 반면 사케는 외면받았다. 그러자 당시 일본의 일부 사케 양조장들은 직원들을 아예 프랑스로 보내 와인 양조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90년대 초 일본으로 돌아온 ‘와인 유학파’들은 사케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케를 프랑스 와인처럼 원료·정미율 등에 따라 구분하는 법을 만들고, 장기 숙성형 사케도 시도했다.

신라호텔 일식당의 박경재 조리장은 “진했던 사케 맛이 화이트 와인처럼 드라이하고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라며 “와인을 통해 사케가 부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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