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오페라페스티벌 새별]1.'리골레토' 질다역 김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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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오페라계의 최대 화두는 예술의전당과 한국민간오페라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98오페라페스티벌. 오는 11월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돼 한달간 계속된다.

오페라페스티벌의 가장 큰 화제는 학맥과 인맥이 출연진 결정을 거의 좌우하던 국내 성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공개오디션. 거의 '포기' 상태에 있던 신인들이 당당한 실력으로 주역급을 따낸 것은 한국오페라 50년사의 획을 긋는 '사건' 이었다.

이번에 뽑힌 신인들 중 주역급 가수로 선정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8명을 차례로 소개한다.

'라보엠' 의 미미역과 함께 가장 많은 소프라노들이 눈독을 들였던 '리골레토' 의 질다역에 캐스팅된 김수연 (金修延.26) 씨는 전형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1.2차 오디션에서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이여' 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올림피아가 부르는 '인형의 노래' 를 불러 심사위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선화예고에서 유병무.유태열 교수, 빈국립음대에서 에디트 마티스를 사사한 그는 현재 현재 빈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오페라와 독일가곡을 전공하고 있다.

또 유병무 교수는 질다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던 선배 소프라노 신영옥.조수미의 은사가 아닌가. 말하자면 신영옥.조수미의 뒤를 이을 '20대 질다' 가 탄생했다. 매력적인 음색의 목소리에다 미모까지 겸비한 것.

그가 신문에 실린 오디션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 7월초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을 찾았을 때. 유학 중 틈틈이 고국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실력' 을 보여줄 수 있는 '홍보용' CD까지 녹음했던 그에게 이번 행운은 이미 예약되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CD를 지휘자 금난새씨가 우연히 듣게돼 지난해 6월 청소년음악회에서 이미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이여' 를 불렀고 수원시향과 협연하는 영예를 안았으니까 말이다. 김씨는 이미 그때 금난새씨의 '오디션' 을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그에게 이번 오디션이 없었던들 '신데렐라 탄생' 의 신화는 실현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자신의 CD플레이어에 걸려 있는 음반 = 체코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 (52) 의 리사이틀 앨범. ▶향후 연주일정 = 내년 3월 빈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역으로 출연할 예정.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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