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스캔들 클린턴-스타검사 최후의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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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집요하게 추적, '클린턴의 저승사자' 로 불려온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그에게 소환장을 발부함으로써 진검승부로 나섰다.

스타 검사는 그동안 여섯번에 걸쳐 클린턴이 자발적으로 법정에 출두, 증언하도록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클린턴은 "일정이 바쁘다" "스타검사의 조사가 불공평한데다 정치적 의도가 짙다" 며 거부해 왔다.

급기야 스타검사는 계속되는 줄다리기 끝에 아예 소환장 발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와 CNN.ABC방송 등 미 유력 언론들은 26일 일제히 이같은 사실을 크게 다루면서 잠시 잠잠했던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소환장은 이미 지난주 전달됐으며 클린턴측은 소환 여부를 놓고 스타 검사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클린턴 진영은 '빅딜' 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연방대배심에는 출두하지 않되 비디오 테이프를 이용해 답변하거나 서면답변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측의 이같은 대응은 두가지 측면에서 나온 듯하다.

하나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굴욕' 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클린턴 자신도 측근들에게 "법정에 서는 것은 싫다.

다른 방법으로 조사에 응하겠다" 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소환 불응으로 인해 법정모독죄로 기소되는 것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클린턴측 변호사들과 보좌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깊숙이 논의,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정치적.법적 부담이 너무 크다" 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클린턴측 제안에 대해 스타 검사측의 반응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 언론들은 그러나 스타 검사의 소환장 발부는 그의 6개월에 걸친 르윈스키 스캔들 조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 백악관 경호원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등 이미 관련자들의 증언을 모두 받아 이제 남은 관련자는 당사자인 클린턴과 르윈스키 둘뿐인 상황에서 스타 검사가 전격적으로 클린턴을 먼저 소환, 승부수를 띄웠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의 조사에서 스타 검사가 무언가 확증을 잡았다는 낌새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여하튼 최근 미국내 여론은 르윈스키 스캔들을 너무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는 추세여서 이 점이 클린턴과 스타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

때문에 클린턴 전격 소환이라는 스타의 승부수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스타측의 질문에 응해 하루빨리 지루한 스캔들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게 클린턴측의 계산이다.

전 백악관 부고문 래니 데이비스는 "게임은 끝나가고 있다" 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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