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탈북자 쌍둥이 엄마에 온정 밀물 “죽으려고도 했지만 살 만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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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탈북자 A씨(38·여)는 북한에서 고등학교까지 성악을 전공했다. 예술과 관련된 꿈을 이루기 위해 A씨는 2004년 한국행을 택했다. 세 살배기 딸과 사선을 넘었다. 그러나 한국땅은 생각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돈을 떼어먹었고, 한국에서 만난 사랑하던 남자는 쌍둥이만 남겨놓고 떠나갔다. 사채를 갚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속칭 ‘대포통장’을 만들어 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지명수배가 내려졌으며, 그로 인해 5개월 된 쌍둥이와 서울 성동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갔다.

<본지 7월 3일자 32면>

쌍둥이 엄마 A씨는 “돈을 날리고 죄까지 지어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강에도 갔었다”고 했다. 그러다 유치장에 간 뒤 A씨는 “또 다른 한국을 만나게 됐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이야기가 본지를 통해 보도되자, 독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성동서 관계자는 “부산과 경남 마산·광주에서까지 전화가 왔다”며 “기저귀 값, 분유 값 정도라도 보태고 싶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성동서와 연계된 민간단체인 보안협력위원회에서는 4일 격려금 100만원을 A씨에게 전달했다. ‘한국기독교 탈북민 정착지원협의회’의 김민곤 실행위원은 “주거지·생활비·일자리 마련 등 쌍둥이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여러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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