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테너 김영환 독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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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름다운 경치, 꽃과 여인을 노래하는 나폴리 민요는 그 코스모폴리탄적인 특성 때문에 이탈리아는 물론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폴리 민요는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이국적인 가락도 스며있고 민요.가요.가곡의 경계선이 불분명한게 오히려 매혹적이다.

또 작열하는 태양을 닮은 벨칸토 창법의 테너가 불러야 제맛이다.

이탈리아 칸초네가 그러하듯 나폴리 민요도 높은 음역의 유려한 선율이어야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신예 리릭 테너로 주목받고 있는 김영환 (36) 씨가 데뷔앨범 '나폴레타노' (나폴리민요라는 뜻) 를 삼성 클래식 레이블로 출시했다.

또 앨범 발표에 맞춰 나폴리 민요와 오페라 아리아로 꾸민 독창회를 가졌다 (6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테너 김영환의 장점은 얼굴 표정을 찌푸릴 정도로 힘들여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 충분한 호흡과 자연스런 발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뚫고 나갈만한 탄탄한 힘도 갖췄다.

굳이 분류하자면 서정성과 파워를 겸비한 성악가다. 소프라노도 마찬가지지만 테너를 평가하는 것은 대개 최고음 (最高音) 을 어떻게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김영환은 중저역에서의 정확한 음정 구사력과 해석을 통해 최고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줬다.

마지막 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은 마지막 고음이 빈약했던 것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었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깨어라 그대여' 도 유연한 선율과 감정의 기복을 잘 처리해주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전반부에서 부른 나폴리 민요보다 오페라 아리아가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편한 무대였다.

그런 점에서 나폴리 민요 일색으로 첫 앨범을 꾸민 것은 지나치게 상업성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녹음과정에서 오케스트라 소리에 파묻혀 버린 목소리도 나폴레타노 특유의 극적인 면모를 살리는데 미흡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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