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보여 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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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회복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지고 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4년 만에 한나라당을 앞서는 등 국민 여론이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최근의 국정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제2차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재결집하고 이탈했던 무당파 일부가 복귀한 결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과 수도권, 대전·충청권의 지지도 회복이 눈에 띈다. 개신교층과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도 상승 동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만으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형성된 우호적인 여론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면서 민주당 역시 책임론에서 빗겨 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호재일 수는 있지만 아직 여유를 가질 상황은 아닌 듯하다. 지지도가 반전됐다고는 하나 정국을 주도하기엔 여전히 힘이 부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내 쇄신 요구와 민주당의 압박, 단독 국회 소집 부담감 등 악재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민들 사이에 정부와 여당에 대한 변화 압력이 적잖다.

이번 조사에서도 국정운영 기조와 통치 방식을 바꾸라는 요구가 높았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변화 요구가 만만찮았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장을 강조해 온 정부가 하루아침에 복지 우선의 정책으로 돌아서거나, 여당과 한나라당이 강조하는 한·미 동맹을 포기하라는 식의 요구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양극화 문제와 서민·중산층 생활 안정, 남북 관계 개선이란 보편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훼손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과 반대 세력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요구가 매우 높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변화의 키워드는 ‘포용과 통합’이란 점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속도전, 독주형 국정운영 대신 야당과 반대 세력의 가치를 포용하고 이들과 협력해 가는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탄핵 후 자기 쇄신을 게을리해 일시적으로 상승한 지지율을 까먹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했던 이전 정부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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