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일본에 머문 9시간 동안 7개 일정 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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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으로 방문했다. 그러나 2~3일에 할 일을 다했다.”

28일 하루 일정으로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아소 다로 총리와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셔틀(외교)회담으로 양국이 실질적으로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셔틀외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70년대 중동위기 때 중재를 위해 짧은 일정으로 관련국들을 오간 데서 유래된 용어다. 의전에 얽매이지 않고 실무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재일민단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옛날 같으면 하루 왔다 가면 (서로) 홀대받고 홀대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다”고 셔틀외교가 정착됐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하루 방일’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지난해 4월 한·일 셔틀외교 부활을 선언한 뒤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후쿠오카(福岡)를 하루 일정으로 다녀갔다. 이후 아소 총리도 올 1월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일본에 머문 시간은 9시간뿐이었지만 7개 일정을 소화했다. 아소 총리와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외에 ▶재일민단 간부 초청 간담회 ▶시미즈 노부쓰구(淸水信次) 일·한 협력위 이사장 훈장 수여식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 접견 ▶한·일 경제인 초청 간담회 등을 열었다. 일본 총리 주최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 중 민단 간부들과의 만남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 “매년 식량 지원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른 시간 내에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전제는 핵 포기”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우파 성향의 민단 간부들은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간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뢰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 신분이었는데 자살하고 나자 영웅이 됐다”거나 “한국 내 일부 세력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을 대준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양국 경제인 간담회에 아소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소 총리는 “우리 두 사람은 기업인 출신으로 정상에 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양국 간 실질적 협력 관계 도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공일 무역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도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孵뵨夫) 게이단렌(經團連) 회장 등 재계 인사 15명이 참석했다.

도쿄=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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