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중에 그가 먼저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전해 왔다. 한국ALS(루게릭병)협회에 6700만원의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온몸이 마비된 그가 안구 마우스를 눈으로 움직여 모은 귀중한 돈이다. 24시간 간병인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그가 4년 이상 간병비를 낼 수 있는 액수다.
그를 만나기 전 2005년의 기사를 검색했다. 4회 시리즈의 마지막 기사에는 그가 당시 기사의 반향에 대해 쓴 편지가 실려 있었다. “나 또한 잠시 세상 사람 입에, 생각에 머물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혀지더라도 난 늘 거기 그렇게 있으니…중략…나 같은 환우들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관심을 다른 말로 한다면 ‘삶의 끈’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3년7개월 동안 승일씨를 잊고 지낸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를 찾아 희귀난치병 환자를 위한 쉼터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문을 연 쉼터는 루게릭 환자 같은 중환자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2005년 보도 직후 수백 명의 네티즌이 승일씨의 카페에 가입했지만 대부분은 일회성 관심만을 보냈다.
세상이 그를 잊은 동안에도 그는 쉬지 않았다. 눈을 깜박여 안구 마우스로 루게릭병을 알렸고, 눈조차 깜박일 수 없게 된 지금도 글자판으로 기부 의사를 전했다.
그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소리 없이 그를 응원해 주는 후원자와 카페 회원들 덕분이다. 그의 카페엔 지금도 매일같이 10여 건의 새 글이 달린다. 승일씨에게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전해주고, 바자를 열어 성금을 모아준 이들이다. 이들은 매달 한 번 전국을 돌며 루게릭병 요양소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친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승일씨를 찾아 무료함을 달래 준다.
27일자에 나간 기사를 보고 몇몇 카페 회원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부끄러웠다. 기자야말로 고독하게 누워 루게릭병을 알리고 있는 승일씨와, 그를 돕는 회원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삶의 끈’을 놓지 않아 주셔서.
임미진 사회부문 기자
◆ 3년7개월간 박승일과 한국ALS협회를 도와주신 사람과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