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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포화속 인륜도 '학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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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스니아.알제리.르완다 등 냉전종식후 세계 곳곳에서 인종.종교 분쟁이 계속되면서 반인륜적인 '전쟁범죄' 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전쟁범죄를 담당하는 국제형사재판소 (ICC) 설립을 추진하는 등 반인류적인 범죄행위 근절을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ICC 설립을 위한 유엔회의를 계기로 전쟁범죄의 실태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살펴본다.

지난 94~95년 알제리 내전과정에서는 정부 보안군에 의해 5천여명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살해됐다. 94년 르완다내전에서는 후투족이 50만명의 투치족을 무차별 학살했다.

또 20만명이 희생된 91~95년의 보스니아 내전에서도 상당수 민간인이 살해됐다.

그보다 앞서 70년대에는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가 2백만명 이상을 학살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폭동에서도 군인들이 화교여성들을 강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최근의 전쟁범죄는 민간인 살해.항복자 살상.고문 등 전통적인 범죄행위에 더해 성추행.강간.강제임신 등 여성에 대한 공격이 전쟁수행 전략의 일환으로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쟁범죄의 양상이 갈수록 야만적으로 돼가는 것이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는 보스니아인 추방을 위해 보스니아 여성을 강제 추행하는 전략을 사용했던 것으로 유엔에 의해 밝혀져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르완다에서도 후투군이 투치족 여성에 대한 강간행위를 자행했으며 알제리에서는 이슬람 혁명을 주창하는 반군에 의해 비이슬람계 여성이 집단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유혈극이 벌어지고 있는 유고연방내 알바니아계 코소보주에서는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이 성폭행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인권감시' 라는 단체의 위드니 브라운 여성담당관은 "보스니아와 르완다 등지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전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며 이는 여성들을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전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여성운동단체 '이쿼티 나우' 의 켄 프랜즈브라우는 "성폭행은 처녀성 유지가 사회유지의 근간이 되는 전통.종교사회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고 분석하며 많은 성폭행이 가족들 앞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들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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