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교수]“정부서 금융부실 정리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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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운찬 (鄭雲燦) 서울대교수는 13일 "작동하지도 않는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 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고 밝혔다.

鄭교수는 13일 재정경제부 연찬회에서 특강을 갖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시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 고 전제, "당장 급한 것부터 처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 이라고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鄭교수는 "공채 (公債) 를 발행해 강제로 소화시키든지, 아니면 한국은행을 통해 통화를 늘리든지 어떤 식으로든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 며 "또 부실기업과 과잉시설을 정리하되 재벌간 빅딜 (사업 맞교환) 도 생각해볼 만하다" 고 말했다.

그는 "기업 대주주의 지분을 금융기관에 넘기고 빚을 탕감받는 부채.자본교환 (debt - equity swap) 도 하나의 방법" 이라며 "하지만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곤란하다" 고 덧붙였다.

鄭교수는 "정부는 지금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와 같다" 며 "정부가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를 따져볼 겨를이 없으며, 훗날 일이 잘못돼도 사법처리를 안한다는 약속을 하고 정부에 일을 맡겨야 한다" 고 말했다.

재정확대에 따른 국민 부담과 관련, "경제난은 매우 오래갈 것" 이라며 "국민도 지난 30~40년간 경제성장에 따른 혜택을 받아왔으므로 그 결과 생긴 문제점을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재경부에 대해 그는 "재경부 공무원들은 아주 우수한데도 현실을 너무 모른다" 며 "지난해 3월 이후 시장은 없는데 자꾸 시장에 맡기자 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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