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무비리 왜 뿌리 못 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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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포함된 대규모 병무 (兵務) 비리사건이 또 적발됐다.

준위인 병무청 모병연락관이 전.현직 군 고위간부, 국회의원, 기업체 간부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들의 자녀에 대해 병역면제 등 각종 부정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군 수사당국은 이들에게 뇌물을 준 부모 1백26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적발된 준위는 ^병역면제 1억~5천만원^공익근무요원 판정 2천만원^카투사 선발 1천만~5백만원^주특기 변경이나 입영연기 1백만원 등 사안별로 '가격' 을 정해놓고 있었다니 바로 '병역 (兵役) 장사' 를 한 셈이 아닌가.

또 그의 집에서는 청탁 고객으로 보이는 인사들의 명단과 함께 10억원이 넘는 통장이 발견돼 전체 비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참으로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시중에 나돌던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신성해야만 할 국민의 병역의무를 개인의 축재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공직자 사정설이 나도는데도 구청과 경찰 단속공무원 비리사건을 비롯해 세무공무원, 법조계 부조리 등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끊이질 않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또 자녀의 병역의무를 돈으로 해결하는 부모들도 엄벌해야 한다.

남의 자식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식만 쉽고 편하게 키우려는 것은 이기심의 극치다.

더구나 뇌물로 국방의무를 대신한다면 자식에게 부정과 불의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비리의 규모나 다양한 수법 등으로 보아 이번 사건은 뿌리깊은 구조적 부조리다. 그러므로 당국은 먼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내부의 묵인 여부나 방치한 책임도 밝혀내야 한다.

또 같은 부정이 다른 지방에서도 있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제도 등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병무행정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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