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살인마' 검거] '살인의 공포'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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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쇄 살인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비오는 목요일의 살인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한 데 이어 유영철씨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자신도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19일 서울 신촌과 명동일대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은 "세상이 너무 무섭다"며 평소보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회사원 이은정(30.여)씨는 "택시를 탈 때에는 반드시 차번호를 확인하고, 집에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를 알려준다"며 "휴대전화 단축번호에 112를 입력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혼한 유승(32)씨는 "아내 혼자 집을 보게하는 것이 걱정돼 1시간마다 전화를 해 별일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이나 학업을 위해 서울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충격은 더했다. 서울 Y대학에 다니는 딸을 둔 박모(50.대전시 유성구 반석동)씨는 "방학 동안에는 딸아이를 집에 내려오게 할 예정"이라며 "개학하면 안전한 하숙집을 얻을 때까지 서울로 올라가서 딸을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보안업체 및 홈쇼핑도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당장 총기 허가증이 없어도 구입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분무기의 판매량이 늘어났다. 가스총 판매업체인 K산업 관계자는 "부인이나 여자친구에게 호신용으로 가스 분무기를 선물하려는 남자들의 구입문의가 늘었다"면서 "매출액도 평소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안전문업체와 홈쇼핑업체에서는 디지털 도어록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보안전문업체인 캡스의 배재용 팀장은 "평소보다 10~20% 보안장비 설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손해용.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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