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대기업 정리해고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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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자동차가 대규모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지난19일 노조측에 8천1백89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대기업의 정리해고가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영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노조반발과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해 정리해고에 앞장서지 않으려던 대기업들이 현대자동차가 물꼬를 터줌으로써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조가 당장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서는등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현재 노동부에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신고한 업체는 33개이다. 이들 기업중 1천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달 감원을 끝낸 세진컴퓨터랜드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는 아직 미신고) .대기업 계열사로는 현대중기산업.현대리바트.코오롱관광호텔 등이 포함돼 있으나 사업장 규모가 작아 파문이 적었다.

재계도 대기업들이 정리해고에 나설 경우의 파문을 우려해 그동안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않고 개별기업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더이상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판단이다. 정부도 최근 여러 통로로 '구조조정이 최우선' 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자동차.전자.기계.건설 등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업종의 기업들부터 정리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기대만큼 인원이 줄지 않은 기업들이 주목된다.

삼성 대우 LG등 주요 그룹들은 그러나 명예퇴직등을 통해 자연 감원을 유토하거나 직무재배치 순환휴직제등의 제도를 통해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거나 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金榮培) 상무는 "정리해고 실시계획을 미리 밝히는 회사는 없으므로 실제 어떤 기업들이 할지는 알수 없지만 가동률이 급감하거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사업장과 매각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우선 대상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차진용.황선윤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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