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복지관 이 정도는 돼야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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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9일 오전 광주시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일종의 시립 노인복지관이다. 개원을 하루 앞두고 회원에 가입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발길이 길게 이어졌다. 시범운영을 시작한 3일부터 다녔다는 이동철(69·남구 진월동) 할아버지는 “당구장·댄스교실을 오가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9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복지관 앞에서 아코디언 동호회원들이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광주시가 660억원을 들여 지은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은 국내 최대 규모(건축 연면적 2만266㎡)다. 서울 노인복지센터(5534㎡), 분당 노인복지관(9318㎡), 부산 노인복지관(4618㎡) 등 다른 시·도에 있는 노인복지관에 비해 훨씬 크다.

이 타운은 건강을 챙기고 여가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수영장을 포함해 400명의 관중 앞에서 농구·배구·탁구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다목적 체육관, 250석의 공연장 등을 갖췄다. 한글교실에서부터 외국어·미술·컴퓨터·음악·수영·배드민턴·댄스·연극·무용에 이르기까지 90여 종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60세 이상 광주시민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신청을 받아 회원이 2만1000여 명이나 된다. 연말까지 60세 이상 인구 17만여 명 중 30% 정도인 5만여 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구장에서 만난 이현숙(69·동구 학동) 할머니는 “친구들과 포켓볼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이들과도 교류를 활발히 해 친구로서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코디언 동호회 ‘햇빛’은 일주일에 두 차례 음악실에서 초보자 무료 강습회를 연다. 김하중(74·남구 방림동) 회장은 “신입회원 20명을 받아들여 함께 연주실력을 쌓은 뒤 광주 충장축제 등에서 연주회를 열겠다”며 들뜬 표정이다. 이 타운의 하루 이용객은 3000~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이용객이 오랫동안 대기하지 않고 한꺼번에 점심을 들 수 있도록 식당은 792석에 이른다. 65세 이상은 1000원, 60세 이상~65세 미만은 2000원만 내면 점심을 들 수 있다. 염순자(65·광산구 송정동) 할머니는 “셔틀버스로 오전에 와 수영하고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에 민요를 배우며 활기찬 노년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50명의 직원 외에 하루 60여 명의 자원봉사자 활동한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로 500여 명이 등록했다. 자원봉사자 김혜경(48·여·서구 쌍촌동)씨는 “일찍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생각에 컴퓨터실 자원봉사자로 나섰다”며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어 어른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40억~50억원의 운영비는 시의 복지예산으로 일단 충당할 방침이다.

이 타운에는 2010년 9홀의 골프장이 조성되고 2011년에는 180병상의 퇴행성질환 전문병원, 치매병원, 고령친화제품 체험관이 들어선다. 여기에 1200억원이 투입된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고령화 사회에 걸맞게 건강과 여가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노인복지 서비스체계를 구축했다”며 “노인의료 서비스 중심 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식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박 시장, 내외 노인복지단체 대표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오전 11시 타운 내 체육관서 열린다.

광주=천창환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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