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7호선침수]복구 왜 늦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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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수기만 가져다 놓으면 뭐합니까. 설치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죠. 지하 침수를 확인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렸는데 랜턴도 없어 제돈 주고 샀습니다."

3일 오후 지하철7호선 태릉입구역 복구현장에 투입된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 직원의 말이다. 안이한 수해대책으로 마비된 서울교통의 동맥 지하철 7호선 복구작업에 들어간 관련기관들이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있다.

물빼기 작업에 필요한 양수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는가 하면 동원된 양수기마저 전력과 설치인원의 부족으로 침수된 역 근처에 포장만 뜯긴채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 1백38대의 양수기를 준비했으나 이중 49대만이 사용됐을뿐 나머지 89대는 전원조차 연결하지 못했다.

시는 또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현대건설 등에서 양수기 2백여대를 지원받아 이날 중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후 2시 현재 40여대만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화역 근처에는 26대의 양수기가 놓여 있었지만 6대만이 가동되고 있었다.

현장 복구반원들은 "발전기가 모자라 더 이상의 가동이 힘들다" 고 말했다.

또 양수기를 운반하고 호스를 연결하는 작업에는 현대건설 직원 6~7명만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방본부.지하철 건설본부에서 나온 직원들은 "상황보고를 하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 며 팔장만 끼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현장을 방문한 강덕기 (姜德基) 서울시장 직무대행은 현장 책임자들에게 "왜 양수기를 그냥 세워놓느냐" 고 호통을 쳤다.

서울시 상황실 직원들은 뒤켠에서 "전원연결이 되지 않은 양수기는 치워놓자" 고 수군댔다.

지하철역의 침수수위에 대한 발표내용도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측이 각각 달랐다.

서울시는 간밤의 작업으로 이날 오전 6시 11개 역의 수위가 평균 1m씩 내려갔다고 발표했으나 도시철도공사는 40㎝이하만 내려갔다고 밝혔다.

또 태릉입구역의 경우 서울시는 오전 6시 수위가 16m라고 발표했으나 도시철도공사 보고서에는 18m로 적혀 있었다.

이날 사고대책본부는 서울시대책본부외에 도시철도공사.지하철건설본부.중앙재해대책본부.현대건설대책본부가 별도로 나뉘어 있고 서로 현황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하루에 50t을 양수기로 퍼올릴 수 있어 이틀이면 물빼기가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1시간에 10㎝도 수위가 줄지않아 이틀로는 어림없고 최소한 1주일은 걸릴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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