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입 물고 연극 한편…밀양·거창서 연극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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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시 찾아온 여름. 휴가 계획은 아직 없다. 저렴하면서도 '자연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그렇다면 연극제가 딱이다. 국내 양대 지방연극제로 꼽히는 '제4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17~31일, (www.stt1986.com))와 '제16회 거창국제연극제'(31일~8월17일,(www.kift.or.)kr)가 연이어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젠 자리를 잡아 부산과 대구 등 타지에서도 꽤 많은 관객이 몰리는 '밀양여름공연축제'는 5개 극장에서 모두 35편의 작품이 올라간다. 개구리 울음이 밤하늘을 가르는 자연 속에서 맛보는 연극 한편은 그야말로 얼음장같이 시원한 수박을 한입 가득 베어먹는 느낌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개막작 '리어왕'((右).연희단 거리패)과 거창국제연극제의 공식 초청작 '사랑은 아침햇살'(극단 연우무대).

특히 올해에는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작품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연제 주제도 '21세기 동아시아 연극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이다.

딱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청 작품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중국에선 여성연출가 차오 케페이의 '화검(Fireface)'이 뽑혔다. 18세 소녀의 심리 변화를 그린 잔혹극. 텅 빈 공간 속의 독특한 무대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또 일본에선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모토이 미우라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은 나온다(Water will come out)'가 초청됐다.

이외에도 독일 메트로놈 극단의 '앨리스 이야기'을 비롯해 개막작인 '리어왕', 서커스 악극 '곡예사의 첫사랑' '오구' '뙤약볕' '가족극-토끼와 자라'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인간.연극'을 주제로 9개국 42편의 작품이 참가한다. 계곡과 기암, 울창한 숲 속에 마련된 공연장들이 매력이다.

국제연극제란 타이틀에 걸맞게 루마니아.영국.일본.프랑스.독일.페루.세네갈.콜롬비아 등 각국의 공연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특히 스물여섯살의 루마니아 연출가 크리스 쉬미온의 '셰익스피어 퍼포먼스'(2002년 루마니아 연극제 최우수 공연상)가 눈길을 끈다. 마임과 춤, 리듬만으로 한 극단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빚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랑은 아침햇살' '유랑극단'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 짬뽕' '홍도야 우지마라' 등의 국내 작품도 흥미롭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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