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향소 찾은 DJ “그가 겪은 치욕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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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좀 견뎌야 했다는 심정도 있지만 그가 겪은 치욕과 좌절,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이랄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 분향소를 찾아서다.

김 전 대통령은 29일 열릴 경복궁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려 했으나 정부가 막아 못하게 됐다는 사실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추도사를 부탁해와 승낙했으나 정부가 “여러 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데 김 전 대통령만 추도사를 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글 띄운 손학규와 정동영=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웠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간청한다. 이제 고인의 장례식을 앞두고 있다”며 “고인을 떠나 보내는 국민들의 좌절과 슬픔을 존중해 달라”고 썼다. 또 “장례식과 그 이후에 국민들의 격앙된 분노가 표출될 수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국민을 보호해 달라. 법치를 앞세우지 말고 정치가 무엇인지 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편히 쉬십시오’란 글에서 “그 환한 웃음도, 솔직한 모습도 이제 다시 볼 수 없겠지요.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 죄가 되어 슬프다”며 “바람이 되어, 이 땅의 흙과 물이 되어 생전에 염원하셨던 꿈이 이루어지는 걸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추도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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