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서리체제' 헌법재판소 공방 80분]뜨거운 공개변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 임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및 총리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26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청와대와 한나라당측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측은 총리서리 임명행위에 대한 '한정적 합헌' 을 주장하며 이 사건을 각하 또는 기각해달라고 요청한 데 반해 한나라당측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 사전동의를 어긴 서리임명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헌재 전원재판부 (주심 李在華재판관) 심리로 열린 이날 변론에서 청와대측은 이석형 (李錫炯) 변호사.이건개 (李健介) 자민련의원.노명선 (盧明善) 법제처 파견검사가, 한나라당측은 이백수 (李白洙) 변호사와 현경대 (玄敬大).황우려 (黃祐呂).김영선 (金映宣) 의원 등이 참여했다.

◇ 청구인 (한나라당) 주장 = 현경대의원은 "국회의원은 헌법상 국가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독자적으로 헌법 및 법률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이므로 신청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며 포문을 열었다.

玄의원은 "헌법 86조1항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며 "이미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합법적으로 투표한 상태에서 총리서리를 임명한 것은 국회의원의 헌법상 동의권한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황우려의원은 "총리서리제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며 "이번 사건의 경우 사고로 인해 총리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했다면 정부조직법 23조에 따라 국무위원중 1인이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측은 또 金총리서리가 총리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다 임명행위가 무효로 판명될 경우 국정의 대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본안 결정 때까지 국무총리 권한행사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측은 5공 시절 총리서리체제 출범 때 당시 평민당 등 야당의원들이 위헌임을 주장한 국회 속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 피청구인 (청와대) 주장 = 이석형변호사는 "권한쟁의 심판청구의 당사자는 국가기관이어야 하는데 국회의원은 당사자의 자격이 없으며 헌법상 국무총리 동의권한도 국회에 있는 것이지 국회의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며 적법요건 미비를 이유로 한나라당측의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변호사는 "총리서리 임명은 헌법적 관행으로 정착된 것이며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점과 국정공백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정치행위로 서리체제가 가능하다" 는 '조건부 합헌론' 을 주장했다.

청와대측은 특히 "국회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지연함으로써 헌법이 부여한 견제권한을 남용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행정부 구성권을 침해하고 있다" 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국정공백의 우려를 들어 가처분신청 결정은 본안결정 때까지 보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