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청와대 비서관등과 상견례…"나도 결점 많으니 도와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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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대통령은 28일 청와대 비서진을 두차례 만났다.

비서실장.경호실장을 참석시킨 가운데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겸한 첫 수석보고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1~3급 비서관 35명과도 상견례를 가졌다.

金대통령은 "나도 결점이 많으므로 여러분이 힘을 합쳐 도와줘야 한다" 며 여러가지를 당부했다.

여기엔 그의 국정운영 방향과 청와대의 변화를 감지케 하는 많은 단서들이 들어있다.

金대통령의 개인적 취향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金대통령 발언록.

◇ 수석보고회의 = 분재는 안좋아한다.

성장을 억제하는 것 같아서다.

감옥에 있었기 때문인지 새장에 새를 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옛날 이병철 (李秉喆) 삼성회장이 밤으로 식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수목이 많은데 과일을 식품화하면 좋겠다.

노임 (勞賃)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고 실업자가 늘어 걱정이다.

미국의 루빈 재무장관은 우리나라 경제를 낙관했지만 아직 위기가 극복된 것은 아니다.

토론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1주일에 한번씩 수석회의에 참석해 토론하고 공부하겠다.

청와대는 국정 전반을 검증.확증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 내용은 국무회의에서 논의돼야 한다.

(한총련 학생들이 김영삼 전대통령 체포결사대를 결성하고 상도동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는 정무수석 보고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과거처럼 최루탄을 마구 쏘는 등 과격한 대응을 해선 안된다.

과잉대응은 오히려 구실을 준다.

질서를 확립하되 유연한 방법을 써야 한다.

◇ 비서관 상견례 = 국민의 90% 이상이 성원하는 것은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의 위기를 구하는데 애국심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고 재산이다.

경제적 난관과 외환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우리는 어려운 시대에 나라 일을 맡았다.

(비서관) 각자가 한가지를 잘못 판단하고, 한가지를 잘못 건의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고 큰 일이 생긴다.

일만 하는 것은 안된다.

머리 쓰면서 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분은 머리를 쓰기 위해 여기에 왔다.

과거처럼 행정부 위에 군림해선 안된다.

권세를 부려서도 안된다.

비서는 비서다.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 대통령으로 불러 달라. 형식부터 민주화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부를 때는 '님' 자를 붙여도 좋다.

거짓말 하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과 같이 가는 정부를 만들겠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겠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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