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태백 폐광촌 아이들 제주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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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제주공항에 도착한 광현(11)군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 본다는 설렘에 광현군은 간밤 잠을 설쳤다. 청주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50여분 날아가자 창 밖으로 제주섬 상공이 나타났다. 구름 너머 거대한 한라산이 보이고 시원스레 펼쳐진 초원은 고향과는 너무도 달랐다.

"으와! 여기가 제주도예요. 듣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광현군은 산골 벽지인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철암초등학교 5학년 친구 32명과 함께 이날 제주도를 찾았다.

대한항공이 이들의 제주 첫 나들이를 주선했다. 철암초등학교는 과거 60학급에 전교생이 3000여명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8학급에 202명뿐이다.

제주도에 도착한 아이들은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의 대한항공 비행훈련원을 거쳐 오후 2시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 이르자 환호성을 질렀다. 거무튀튀한 계곡물만 보다가 만난 맑은 바닷물이었다. 물장구를 즐기던 아이들은 오후 4시 다시 청주행 비행기를 탈 때가 되자 "하루만 더 있다가 가자"며 떼를 쓰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9일에도 경기도 부천시 상동 사회복지관의 장애 초등학생 18명에게 제주도를 둘러볼 기회를 준다. 대한항공 이승열 차장은 "소외된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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