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악동’ 댈리 유럽 골프 준우승, 철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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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풍운아’ 존 댈리(43·미국)가 철이 든 것일까.

배불뚝이 댈리(左)와 비교되는 살 뺀 뒤의 날렵한 댈리. [중앙포토]

댈리가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로얄파트골프장(파71·7223야드)에서 끝난 유러피언(EPGA)투어 BMW 이탈리안 오픈 마지막 날 5언더파를 쳐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최근 4년간 최고 성적이다. 변하려는 노력이 일단은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난 듯하다.

1m80㎝에 127㎏의 육중한 몸매였던 댈리는 3개월 사이 27㎏이나 감량했다.

그 전까지 체중감량 얘기만 나오면 “운동을 많이 하는 건 내게 맞지 않는다. 계속 술을 마셔도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그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스윙도 한층 견고해졌다. 예전에는 팔꿈치가 몸에서 많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팔꿈치를 늑골에 최대한 붙이고 스윙을 한다.

장타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9.75야드에 페어웨이 적중률 51%를 기록했다. 게다가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도 27.7개였다. 장타와 정교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댈리는 경기를 마친 뒤 “플레이에 만족한다. 스윙코치(릭 스미스)의 말을 믿고 따른 것뿐이다. 아직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특히 퍼팅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독불장군’이었던 예전과 달리 겸손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도박, 전업(가수), 네 번의 이혼 등 각종 기행으로 수없이 구설에 올랐던 과거를 생각할 때 댈리의 변화를 단정하긴 어렵다. 불과 5개월 전 그는 술집에서 만취소동을 일으켰고 대회 도중 갤러리의 카메라를 빼앗아 던졌다. 그런 기행 탓에 지난해 12월 PGA로부터 6개월 자격정지도 받았다. 정말 철이 들었는지는 꾸준한 성적이 말해줄 뿐이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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