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EBS스페셜…한민족 고유의 산출기 백두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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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차령산맥에 가면 산은 있으나 산맥은 없다.'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현대 지도는 땅 속의 지질구조를 기준으로 산맥을 가르는 개념을 적용했기 때문에 보통사람의 눈에는 산과 산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 잘 모르기 마련이다.

EBS는 15일 저녁7시10분 'EBS 스페셜 - 한민족 고유의 산줄기, 백두대간' 에서 오늘날과는 다른 우리의 전통적 지리개념을 재조명한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 뿌리를 내리고 남으로 뻗어나와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 지리산에 이른다.

눈에 보이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기본으로 하는 백두대간을 지도제작의 기준으로 삼았던 게 바로 대동여지도. 대동여지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물길이 솟구쳐 산을 넘지 못한다' 는 전통적인 산경 (山經) 개념에 따라 제작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하자원 약탈에 혈안이 되었던 총독부의 필요로 지질학적 원리를 채택한 지도가 제작된 이래 근대적 지리학을 도입한 지도가 주류를 이뤄 오늘에 이르게 된다.

땅 속의 지질구조선이 국토의 모습으로 둔갑하면서 우리 생활에 일어난 해프닝은 많다.

전북 장수군 번안면 지지리 주민은 산을 사이에 둔 8㎞ 거리의 장수보다 17㎞나 더 멀지만 물길로 연결된 남원과 더 가까워 남원사람으로 자처한다.

또 지리산 부근에는 지도상에 집마당을 가로질러 산이 지나간다고 주천면과 운봉읍으로 나눠 편입된 가정이 있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산줄기에 따라 사람이 나뉘고 물줄기가 갈리며 다른 문화가 파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결국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튼 산경원리에 따라야 풍속.언어.문화의 원천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개정판에 백두대간의 개념이 95년에 채택된 것은 늦으나마 다행이다.

정용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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