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도산 급증 주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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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은 현대 산업경제의 논밭이다.

기업 도산 (倒産) 은 논밭의 유실 (流失) 과 다름없다.

우리 나라에서 기업 도산은 대부분 어음 부도 형식을 거친다.

전국의 부도업체 수는 지난해 11월에는 1천5백개, 12월에는 3천2백개, 올 1월에는 3천4백개로 늘어났다.

2월의 하루 부도업체는 1월에 비해서도 두배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이렇게 기업 도산이 홍수처럼 불어나는 것을 수수방관 (袖手傍觀) 만 하다가는 한국경제는 아예 그 기반을 송두리째 잃고 말지 모른다.

우리는 기업 도산에 그동안 둔감해져 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괴로운 일이겠으나 구조조정의 냉엄한 과정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프로그램 가동 (稼動) 이후에 쓰러지는 기업은 이전 것과 다른 점이 많다.

일상적인 매매대금 결제마저 금융 조달의 길이 막혔다.

매출액은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급전직하 (急轉直下) 로 감소했다.

이자율은 중소기업들의 '최후의 대출자' 인 사채 (私債) 시장에서는 한달 7%에까지 이르렀다.

원자재도 바닥나 현금을 줘도 사기 힘들게 됐다.

최근의 기업부도는 경쟁력 없는 기업이 쓰러지는 창조적 파괴와 다르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마저 무더기로 쓰러져 가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사정은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심각하다.

그래서 부도 업체 수는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부도 금액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 점에 오히려 안도하는 정말 한심한 관점 (觀點) 도 있다고 들린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생태계 기반인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량으로 죽어 가고 있는 것은 외환.금융 위기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다.

중소기업들이 다 죽고 난 뒤에 외환.금융시스템 위기를 해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금융완화.금리인하.내수 (內需) 확대.원료확보 정책에 하루속히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더 긴급하게, 더 화끈하게 차별적으로 우대해 실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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