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빈 시절'을 읽고…한 독재자의 광기가 사회에 미친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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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일 전기작가 브리기테 하만의 '히틀러의 빈 시절' (원제 Hitlers Wien)에는 19~24세 6년 동안 히틀러가 청년시절을 어떻게 보냈으며, 훗날 광적인 독재자의 세계관 형성에 제국 말기의 빈 사회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가 깊이 있게 그려져 있다.

히틀러는 집권 후 그의 가문, 청소년 시절의 관련 증거.자료를 철저히 인멸시켰다.

그런데 하만 여사는 이 잡듯이 철저히 사료를 모아 분석했다.

19세 때 화가가 되려 빈에 온 히틀러의 생활은 비참했다.

떠돌이 합숙소에 살며 생계를 위해 열심히 그림엽서를 그렸고, 친구 구두를 신고 오페라 구경을 가기도 했다.

심지어 와이셔츠조차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제정 말기의 빈 사회는 히틀러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실업자가 몰려드는 다민족사회의 문제점, 유태인에 대한 증오, 무장평화주의를 규탄하는 정쟁 등이 그것이다.

그러던 히틀러는 1차 대전중 독일군 하사관으로 참전하고 종전 후 뮌헨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전체주의적 성향을 키워나간다.

저자는 패전 후 혼란스런 독일 사회분위기 속에서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국수주의적 신념이 굳어졌고 빈 시절의 청년 히틀러에게선 이 같은 사상적 경도가 극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 (1867~1918) 의 몰락 후 세계정치는 공산.파쇼.나치.일제 (日帝) 등 전체주의를 출현시켰다.

히틀러는 이 같은 역사적 흐름의 중앙에 서 있었다.

물론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한 인물, 한 시대의 이념적 광기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이 책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태영 〈한세대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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