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버스에 승용차 깔려 7명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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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행락철을 맞아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브레이크 이상을 감지하고도 무리하게 운행해 7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23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탑 부근 내리막길에서 이모(59)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정차한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아 아반떼에 타고 있던 운전자 이모(44)씨 등 중년 여성 7명이 모두 숨졌다. 사망자들은 근처 식당에서 계모임을 하고 찻집으로 향하던 교사·교육청 공무원들이었다.

강북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정재형 팀장은 24일 “일단 브레이크가 파열돼 사고가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버스에 대한 정밀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기사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에서 ‘끽끽’ 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가 세 차례 났다. 응급조치로 공기를 채우고 운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얼마 못 가 완전히 파열됐다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내리막길을 지나며 속도가 붙은 버스는 감속을 위해 삼거리 부근에서 주차된 차를 들이받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뒤 건널목 부근에 정차한 이씨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버스에 깔린 승용차는 200m쯤 더 밀려간 뒤에야 멈춰 섰다. 경찰은 이씨가 일하는 관광버스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키로 했다. 정 팀장은 “기사는 보통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고, 회사는 브레이크 쪽에 대한 정비를 책임진다”며 회사 측의 과실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사고 버스는 9월에 정비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락철을 맞아 관광버스의 부실 정비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버스운전사 이씨에 대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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