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버나드 크리셔,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첫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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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4일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지 전 도쿄 (東京) 지국장이자 현재 캄보디아 데일리지 발행인인 버나드 크리셔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크리셔는 5일 인터뷰 전문을 본지에 기고했다.

크리셔는 서방언론인 중 金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71년 金당선자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부터 납치.투옥.가택연금 등을 집중보도했으며 金당선자가 85년 미국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할 때 동행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金당선자는 크리셔에게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첫 인터뷰를 약속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 한국 경제를 파산과 침견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솔직히 말해 이처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나는 기아그룹 문제라든지, 주식시장 위기상황 등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경제개혁을 포함한 특단의 긴급조치를 취할 것을 여러차례 정부에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내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충고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 한국 경제를 파산과 침체에서 건져내 발전 단계로 올려놓을 수 있는 구상이 있다면 밝혀주십시오.

"먼저 IMF와 긴밀히 협의해야 합니다.

그 다음 세계무역기구 (WTO) 의 충고를 경청해 제대로 된 경제를 꾸려가야 합니다.

국제적인 시장경제의 기준에 우리를 맞추기 위해 시장을 개방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원칙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개혁조치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식은 현재로선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

- 金당선자께선 두 가지 주요한 짐을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金당선자를 지지했던 노동계입니다.

근로자들은 정리해고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짐은 한국인들 특유의 '외국인 혐오증' 입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십니까.

"매우 까다로운 문제들입니다.

실업은 가능한 한 최소 수준에서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현재 근로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근로자 재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업보험을 설립하는 문제를 검토 중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통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고, 외국투자가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우리 산업은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투자를 유도해야만 합니다.

만약 우리가 1백명중 30명을 해고하면 적어도 70명은 일하게 되며, 경제가 회복되면 나머지도 재고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구멍가게라 할지라도 거대한 미국의 야채가게와 경쟁해야 합니다. "

- 정보기관의 전화도청.우편물 검열.미행 등을 계속 용인하실 겁니까.

"국가안전을 담당하는 정보기관들은 성격상 대통령에게 충성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정보기관들은 원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적절한 인물을 책임자로 임명해 정보기관들이 한국경제를 증진시키는 데 필요한 경제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며 동아시아 평화유지에 필요한 안보관련 인력도 양성할 것입니다. "

- 아직도 북한으로 송환을 희망하는 '양심수' 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30년 이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의사는 없습니까.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여론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5년 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취임직후 이인모 (李仁模) 노인을 북한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기대를 저버렸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나는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

- 한국에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레이시아에서처럼 해고되고 추방될 것인지요.

"외국인 근로자들에도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불법 체류자들도 있습니다.

전자는 한국인 근로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겠지만 체류기간이 지났거나 밀입국한 후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

- 과거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아온 재벌에 대한 조치를 구상중입니까.

"현재 중요한 것은 국제기준을 어떻게 맞추는가 하는 것입니다.

재벌들도 이미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들이 뇌물을 받고 특혜를 베푼 것은 사실이지만 새 정부는 아무것도 안 받을 것이고 오직 법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이제 완전한 자유경쟁만이 있을 뿐이며 어떤 정경유착도 없을 것입니다. "

- 외교관계, 특히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요. 정책의 변화가 있습니까.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더 가까워질 뿐입니다.

김영삼정부는 미.일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해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북한에 한국과 미국 관계를 분열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습니다. "

-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취임 후 김정일 (金正日) 과 만날 것입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 대화의 재개입니다.

두번째로는 92년에 서명한 남북합의서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지요. 이것이 김영삼정부와 다른 점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반응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것은 과거부터 변하지 않는 나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

- 북한이 고려연방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현재로서 통일이 첫번째 목표가 아닙니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상호이해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의 교류 및 경제적 교류가 더 필요합니다.

이를 통한 신뢰구축 이후에 우리는 통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을 향한 첫걸음은 평화와 교류입니다. "

- 한국의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십니까.

"IMF가 한국에 제시한 조건들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일년반 이내에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경제회복은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열심히 일하면 이뤄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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