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무가지 '딱지'…내숭·가식털고 '날것'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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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눈알을 뽑아버린다!” 하면 정말 “푹 - ” 하고 튀어나오는, 실핏줄이 미처 끊어지지 않은 눈알. 탯줄을 스스로 잘라버리고 엄마 배 안에서 전속력으로 헤딩해 빠져 나오는 불량스럽게 생긴 아기. 악마와 해골에 쫓기는 망상에 시달리다 엉뚱한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해 죽이는 소년…. 무심코 넘기는 갈피갈피마다 예사롭지 않다.

솔직히 좀 놀랍다.

오, 이렇게 더럽고 추하고 무서운 그림들을 그대로 쏟아놔도 되는 것인가.

만화전문무가지 '딱지' 창간호에 대한 독자 반응은 '구토를 유발한다' 서부터 '대범하고 솔직한 시도다' 까지 다양하다.

'딱지' 는 박성훈 (27) 씨를 비롯, 홍익대 미대출신 남녀 다섯명이 기획과 편집디자인을 맡아 구랍 1일 창간호를 냈다.

'한눈에 들어오는 내 만화잡지를 갖고 싶다' 는 오랜 소망을 작게나마 현실화한 셈. 이곳에 만화를 그리는 20대 중반의 필진도 기성잡지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창조한 캐릭터를 거의 날것의 실험형태로 '딱지' 에 쏟아낼 뿐이다.

일체의 내숭과 가식을 배제한 거침없음이 '딱지' 라는 신선실 (新鮮室)에서 계속 선도 (鮮度) 를 유지할지 궁금하다.

그때야 비로소 '여기는 내 구역!' 이라는 '딱지' 를 당당히 붙일 수 있을테니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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