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대표 손주은③] "강남·서초·송파 최고? 여건 비해 성과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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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학교 교육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체제로는 안 돼요. 교사들이 안전한 밥그릇을 유지하려는 관행부터 깨야 해요. 수업시간표가 교실에 붙어 있는 게 말이 되나요? 사교육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싶은 선생에게 듣지만 공교육은 싫건 좋건 정해진 선생님이 들락거리죠. 사교육을 지나치게 욕하는 것은 공교육의 면죄부를 얻기 위한 작당이죠.

Q. 강남 아이들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은 역시 훌륭한 사교육 때문인가요?

천만에요. 강남이 최고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전국에서 석·박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인데 그런 부모를 둔 아이의 공부 유전자가 뛰어나겠죠. 거기에 경제적 뒷받침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한데 강남·서초·송파의 입시 결과가 그만큼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순 숫자로 보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건에 비해 오히려 성과가 가장 낮은 곳이 이곳이에요.

Q. 투입된 노력이나 여건에 비해 성과가 나쁘다는 뜻인가요?

소득과 부모의 학벌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강남 1%와 지방 1%가 같지 않죠. 나도 강남 1%에 못 들어요. 그런 부모 수준에 사교육비 수준을 생각하면 강남의 입시 결과는 허무하죠. 그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교육의 효과가 있느냐는 회의가 들게 돼요. 냉정하게 볼 때 사교육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많아야 25%이고, 결국 학생의 의지가 있느냐가 75%죠. 사교육이 입시 격차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치논리로 만들어진 허구죠.

Q. 사교육도 공교육도 답이 아니라 단순히 학생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뜻인가요?

그것이 가장 본질적이죠. 우리나라 사교육은 정말 엄청난 자기파괴적 성격을 가지고 있죠. 나도 영업하고 살지만 우리는 억지 수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죠. 그래서 나는 그나마 깨끗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 이 말은 메가스터디 대표로서 한 치의 사업적 고려 없이 한 건가요?

나는 철학적 가치를 배반할 만큼 타락하진 않았어요.

Q.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천재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 월반해 5년 만에 졸업했어요. 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의식중에 숨어 있죠. 그때 초등학교 담임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죠. 아이들은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죠.

Q.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요?

깨끗한 장사꾼으로 남고 싶어요. 이게 가장 큰 소망이죠. 사교육이라 교육자 대접을 받을 수는 없죠. 메가스터디가 아무리 깨끗이 하려 해도 오물을 던지겠죠.

Q. 솔직히 이렇게 달려온 인생이 행복하십니까?

나는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는 것은 근거 없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시작과 끝이 자기 의지로 되지 않는데, 행복이란 인간이 너무나 행복하지 않아 만들어 낸 형이상학적 추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죠. 즉 ‘행복을 위해 산다’는 말은 본질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말이에요. 저는 대신 ‘몰입의 평화와 성취감이 나를 존재하게 한다’고 믿어요.

Q. 독특한 철학적 가치이군요.

아이들을 잃는 큰 사고 뒤 미련이 사라진 탓일 수도 있죠. 약간의 해탈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며

손주은 대표는 지금도 오전 4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일과는 살인적이지만 강의를 마친 강사들과 강의를 두고 밤새 격론을 벌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학 박사인 누이와 몇 시간씩 신학논쟁을 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친 오후 11시에 손 대표와 콩나물국밥집에 들어섰더니, 주인이 단골이라고 반색하며 파전 한 접시를 서비스로 올려 준다. 그는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체력은 황소 같고 넘쳐나는 에너지는 화산 같다. 다른 이들이 그 열정에 공감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거침없는 그의 말을 다듬으며, 원고를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인터뷰에 달릴 댓글들이 걱정스러워지니 말이다.

글=박경철 donodonsu@naver.com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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