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 정지선 단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 ‘정지선 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운전자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돼 본지 취재팀이 조사한 결과 정지선 준수율이 74.7%로 나타났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 정지선 앞에 차량들이 일제히 멈춰 서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8시30분 서울시청 앞.

남대문에서 시청 방향으로 달리던 차들이 빨강 신호등으로 바뀌자 교차로에 멈춰섰다. 일부 운전자는 창문을 내려 정지선을 넘었는지 확인했고, 옆 차량을 보고 슬며시 후진하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낮 12시50분 종로4가 교차로. 종묘공원에서 종로 5가 쪽으로 향하던 흰색 세피아 운전자는 녹색 신호에도 교차로가 막히자 진입하지 않고 정지선 앞에 멈췄다. 뒤따르던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려댔다.

세피아 운전자가 머뭇거리다 출발했으나 빨강 신호등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차량들이 뒤엉키는 이른바 '꼬리 물기'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6월 1일 범칙금과 벌점을 강화하는 등 정지선 단속이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출퇴근 시간대(오전 8~9시, 오후 6~7시)에 서울시청 앞과 신림 네거리 두 지역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정지선에 멈춰선 1035대 가운데 261대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선 준수율은 74.7%였다. 경찰이 지난 6월 1일 단속 첫날에 조사한 준수율은 80%였다.

한달 전에 비해 위반행위가 다소 늘었으나 전반적으로 운전자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됐다. 특히 횡단보도 위에 차를 세워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크게 줄었다.

시청 앞 광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대경(44)씨는 "보행자들이 정지선을 넘어선 차량의 운전자를 쏘아보면 슬그머니 차를 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업용 차량은 여전히 많이 위반했다. 이번 조사에서 영업용 차량의 정지선 준수율은 55%에 머물렀다.

시청 앞을 담당하는 남대문서가 지난 한달 동안 적발한 교통위반 1911건 중 472건(25%)이 정지선과 관련됐다. 또 신림 네거리를 단속하는 관악서는 같은 기간 3136건의 교통 위반을 적발했으며 이중 20% 정도인 615건이 정지선 위반이었다. 경찰청은 전국 94개소의 정지선 단속 결과를 5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정지선 위반을 줄이기 위해 상습 교통체증 구간에 황색 신호 시간을 늘리고, 신호등에 잔여시간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황상호 박사는 "교차로에서 서행 운전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노필.이경용 기자<penb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