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융노조 연대파업 웬말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미은행 파업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늘 연대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이어 은행권에도 집단 파업사태가 우려되는 것이다.

사실 한미은행 파업의 명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은행 측은 씨티은행의 인수 이후에도 해고 등 인원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노조는 그러나 한미은행의 상장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며 인수 이후에도 독립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임금인상, 비정규직 임금 현실화, 통합 보로금과 특별보너스 지급 등 무려 38개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아니라, 노조의 은행 인수나 다름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가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위해 연대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금융노조가 한미은행의 파업을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은행들이 연대파업까지 벌일 이유는 없다. 이번 연대파업이 은행 경영진을 압박해 올해 임단협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그렇다면 이는 국가경제나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도외시한,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얼마 전까지 금융노조위원장이었던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엊그제 "노조원은 노-노 소득격차 해소에도 힘써야 한다"며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 자제 또는 동결을 통해 임금 불균형 해소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금융노조는 10.7%의 임금인상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 고임금 근로자인 은행원이 제몫 챙기기에만 나서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한미은행 파업에 편승한 연대파업까지 벌이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금융노조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잘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