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옌볜대 고적연구소 최문식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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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세계적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중심에 놓고 남북한 협력사업을 전개한다면…. 정말 그럴싸하다.

절반씩 한글로 번역을 해서 합친다거나 북한의 번역.출판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등 말이다.

실제 그런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즈음 옌볜 (延邊) 대 고적연구소 최문식 (47) 소장을 만나 베일을 한꺼풀 들췄다.

그는 지난 봄.여름 2차례 평양을 방문해 조선사회과학원 산하 민족고전연구소의 제안사항을 접수하면서 협력자 물색.주선권을 위임받은 당사자. 지난달 한국쪽 상황파악을 끝내고 돌아가기 직전 최소장의 얘기를 들었다.

- 급한대로 협의결과부터 먼저 듣고 싶다.

"10월 한달동안 대기업 문화사업팀과 불교계 사람들을 두루 만났다.

모두들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선뜻 '진행' 여부에는 말꼬리를 흐렸다.

이유는 현재 한국의 동국대 역경원 팔만대장경 한글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있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 구체적으로 뭘 하자는 건가.

"북한 민족고전연구소에서 번역한 원고를 옌볜대 고적연구소가 취합해 현대 한글의 문장표현법에 맞게 윤문을 하고 그것을 선양 (瀋陽) 의 고려민족 문화연구원 출판부에서 책으로 펴내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산화도 자동으로 진행이 된다."

- 북한의 팔만대장경 번역 진척도를 알고 싶다.

"오래전 이조실록 번역팀이 고스란히 남아 번역사업을 시작했다.

투입인원은 1백여명의 한문학자와 문학전공 교수들이다. 전체를 2억자 (2백자 원고지 1백만장 분량) 로 잡고 현재 1천5백만자 (2백자 원고지 7만5천장 분량) 상당 번역을 끝낸 상태다.

나라 형편이 어려워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 옌볜대측에서 그런 일을 맡게 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와 옌볜대 고적연구소가 자매결연을 맺고자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의를 받았다.

옌볜대 자체사업으로는 덩치가 너무 커서 어차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 그래서 한국측과의 3자연계를 도모코자 하는 것이다."

- 우리쪽에선 팔만대장경 표점 (表點 : 경전에 마침표.쉼표.따옴표 등을 넣어 가독성을 높이는 일) 작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북한측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글화 작업이 막바지인데 아직 표점작업이 안돼 있을 리 없다.

먼저 표점작업을 하고 번역을 하거나 번역작업의 일환으로 표점작업이 완성되는 것 아닌가.

이해하지 못하겠다.

설령 한국측이 그런 의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에서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인가.

"궁리 중이다. 개인 욕심 같아서는 옌볜에서 책임지고 출판을 해서 한국에 넘겨주고 싶지만 재정적으로 역부족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다.

한국의 누구든 팔만대장경 정본을 번역하는 자긍심으로 사업을 성사시켜 주면 남북한 문화협력의 획을 긋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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