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채용 박람회에 5천여명 북적…퇴직자·주부도 몰려 구직난 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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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 오후 서울관악구봉천동 서울인력은행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채용박람회에 대학생.일반인.퇴직자까지 몰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 의 심각한 구직난을 반영했다.

50여개 기업체에서 1천5백명을 모집키로 한 이날 행사장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5천여명이 몰려들어 주최측도 놀랄 정도였다.

박람회장을 찾은 대학생 대부분은 불경기로 과외공부 자리가 사라지면서 방학동안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학과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김율환 (金栗桓.19.서울대경제1) 군은 "과외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힘들지 않은 일을 하고 싶지만 자리가 없으면 배달도 괜찮다" 고 밝혔다.

또 얼마전까지 미술학원에서 수험생을 가르쳤다는 최윤영 (崔允瑛.20.서울대동양화2) 양은 "전공과 관련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우선은 뭐든 할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고 털어놨다.

직장을 못구한 졸업생이나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들도 임시직을 찾고 있었다.

올초까지 한보 당진제철소에서 일했다는 權모 (19.포철공고졸.경기광명시소하동) 군은 "회사를 그만둔 뒤 1년 가까이 쉬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하지 못하면 직업훈련학교에 들어가 다른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 고 걱정했다.

올봄 대기업을 그만뒀다는 이승재 (李承宰.34) 씨는 "회사형편이 나빠져 그만뒀는데 좀처럼 취직이 안돼 직장을 구할 때까지 임시 일자리를 얻으러 왔다" 며 리서치회사에 원서를 접수시켰다.

대학졸업반이라는 고수경 (高秀卿.23.여) 씨는 "여러곳에 취직원서를 냈지만 아직 취업이 안되고 있다.

불경기로 여학생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것같다" 고 고민을 쏟아놨다.

구직하려는 가정주부들도 몰려 柳모 (52.서울중구봉래동) 씨는 "생활비 보탬을 위해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

이삿짐포장을 해볼까 하는데 젊은 사람이 많아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고 걱정했다.

고1.고3 자녀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왔다는 주부 김순자 (金順子.47.서울광진구구이동) 씨는 "2백만원이 안되는 남편의 월급으로 70만원이 넘는 학원비 대기가 벅차 조금이라도 벌어볼 생각" 이라고 밝혔다.

박람회에 참여한 호텔신라 인사담당 최영준 (崔榮峻.30) 씨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몰려 놀랐다.

20명을 뽑을 계획이었는데 2시간만에 4백명이나 몰렸다" 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람회를 주최한 노동부 김동석 (金東石.54) 중앙고용정보관리실장은 "지난해 겨울 2천명, 올 여름 2천5백여명정도 몰린 것에 비하면 구직난이 어느 정도인지 심각성을 절감한다" 고 말했다.

장혜수·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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