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합동토론]견제와 공조(6)…좌충우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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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날 토론에서 이회창·김대중·이인제후보는 사안별로 상대를 견제하고 이를 위해 다른 후보와는 공조를 하는 순간순간의 합종연횡을 거듭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는 이인제후보의 이회창후보 공격과 김대중후보의 이인제후보 거들기식으로 진행되는 양상이었다.

모두연설에서 이회창후보를 공격한 이인제후보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이회창후보가 "최근 경제를 망친 주역은 국민신당에 있다" 고 공격하자 몹시 흥분된 어조로 반격을 시작. 이인제후보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 참 이해가 안된다" 고 말문을 연뒤 "후안무치하다"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 는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했다.

특히 이인제후보는 한나라당의 김대중후보 비자금폭로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비자금폭로를 위해 수십개 은행점포, 수백개 계좌를 들춘 것은 명백한 불법" 이라며 "미국 같으면 이회창후보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다" 고 공세를 계속. 이같은 공세는 이회창후보가 김대중후보만을 상대하려고 일부러 이인제후보를 무시하자 이인제후보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김대중후보도 이와 관련, "금융실명제의 예금자 비밀보호는 이회창후보의 한나라당이 비자금폭로와 관련해 예금계좌 내용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무너졌다" 고 주장. 급기야 김대중후보는 "이회창후보의 오늘 태도는 여당후보답지 않게 당당하지 못하다.

국민들이 상당히 실망하고 분노할 것" "이회창후보가 범법행위를 한 것" 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편 김대중후보는 이인제후보가 "청와대에서 2백억원을 지원했다는 주장의 증거가 있으면 내놓고 아니면 사과하라" 고 요구하자 "처음에는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는 관계자를 단단히 문책했다.

이인제후보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라고 명백히 사과하기도. 정경유착 근절을 둘러싸고는 3후보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이 적임자임을 주장.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은 이인제후보는 "정경유착의 뿌리는 정당구조에 있다.

이같은 정당구조는 세대교체를 하지 않으면 뛰어넘을 수 없다" 며 세대교체론을 역설하고는 "두 선배께서는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행사를 해왔다" 며 양쪽으로 포문을 열었다.

두번째 답변에 나선 이회창후보는 이에 대해 "문제는 정신의 교체" 라면서 "아무리 젊어도 정신이 썩은 정치에 물들어 있으면 안된다.

반드시 이인제후보를 빗댄 말은 아니지만" 이라고 반격. 김대중후보 역시 이 부분에서는 "기득권으로는 개혁을 할 수 없다.

정경유착은 정권교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며 자신만이 정경유착 근절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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