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Biz] ‘안드로이드폰’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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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통신전시회 ‘CTIA’. 여기 참석한 신종균 삼성전자 부사장은 “하반기 중에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단말기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LG전자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의 관심도 크다. 국내 2위 이통 자회사인 KTF를 합병하기로 한 KT는 연구개발센터에 안드로이드 전담 팀을 꾸리는 등 부산하다.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은 삼성전자·모토로라·HTC 등 국내외 단말기 업체들과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아·태지역 모바일사업 총괄책임자인 존 래거링 부사장이 방한해 국내 단말기·이통업체들과 구체적 논의를 했다. 그는 “진척 상황을 공개할 순 없지만 (한국 업계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가 뭐기에 국내 통신·전자업계가 들썩거리는 걸까.

# “구글폰이 아니라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Android)는 미국의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이 개발을 주도한 모바일 플랫폼의 이름이다. PC로 치면 ‘윈도’에 해당한다. 안드로이드폰이란 이 플랫폼을 채택한 휴대단말기를 뜻한다. 래거링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구글폰이란 이름을 쓰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손수 단말기를 만들지 않을뿐더러 안드로이드 역시 구글 혼자 개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는 세계 43개 이동통신 관련 업체의 연합인 ‘오픈핸드셋얼라이언스(OHA)’ 명의로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OHA를 주도한 회사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구글의 모바일 인터넷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확산에 자금을 퍼붓는 연유는 자명하다. 미래 인터넷 세상은 PC보다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 참조>


구글의 앤디 루빈 모바일사업 총괄이사는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늘날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신용카드(14억 장)와 승용차(8억 대) 수를 넘어섰다. 구글의 미래는 붙박이 PC가 아니라 움직이는 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는다고 당장 구글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당면 과제는 PC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구글 서비스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궁극적 목표는 따로 있다. 광고 등 구글의 수익사업을 모바일 인터넷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또 구글의 각종 첨단 서비스를 모바일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이 역점을 두는 게 바로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 한글판 안드로이드 마켓 열린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다. 애플은 회사 플랫폼 ‘X’의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는 모든 소스 코드(기반 기술)를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팔아 얻는 수익의 분배 방식도 다르다. 앱스토어는 애플과 개발자가 수익의 30%와 70%를 각각 챙기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에선 개발자가 70%, 이통사가 30%를 갖는다. 구글의 몫은 없다. 더 많은 단말기 업체와 이통사를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기반 기술을 싹 공개한 만큼 누구라도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용한 단말기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은 대만 HTC가 도이치텔레콤 자회사인 T모바일과 손잡고 지난해 10월 출시한 G1이다. HTC는 올 들어 ‘매직’이라는 두 번째 안드로이드폰을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넷북’ 이야기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HP·델·아수스 같은 PC업체들이 신형 넷북에 안드로이드를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1일 보도했다. 가장 큰 동기는 비용 절감이다. MS 윈도를 채용하면 넷북 한 대당 15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무료다.

한편 안드로이드폰 출시와 별도로 구글은 하반기에 한글판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 계획이다. 정김경숙 상무는 “국내 단말기·이통업계와 개설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나리 기자

◆안드로이드=구글이 주도하는 ‘오픈핸드셋얼라이언스(OHA)’가 2007년 11월 공개한 이동통신 기기 플랫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노키아의 ‘심비안’ 등과 달리 완전 개방형 플랫폼이다. ‘소스코드’라고 하는 기반 기술을 낱낱이 공개해 누구라도 이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이 플랫폼을 채용한 단말기를 통칭 ‘안드로이드폰’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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