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 어려운 각종 통증 진통제만이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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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통증은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적신호이자 심한 스트레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통증 치료는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 제거. 예컨대 맹장염으로 인한 복통은 맹장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말기 암환자의 통증처럼 원인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 물론 암치료는 불가능 하더라도 삶의 '질' 차원에서 통증은 덜어줘야 한다.

서울대의대 마취과 이상철 (李相哲) 교수는 "통증은 '인내심' 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 아닌데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인지라 방치하면 오히려 심신이 병들고 생활이 불행해지며 병을 키우는 셈이 된다" 고 말한다.

실제로 선진국에선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는 치료를 병을 뿌리뽑는 완치법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나라에선 "참아라" 라고 말하거나,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시술하는 골수검사등도 미국등 선진국에선 5~10분간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고통없이 실시한다.

세계 최고의 암치료 병원인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경우 거의 모든 입원환자에게 마취.마약인 모르핀 등으로 통증 치료를 한다.

일반인이 모르핀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따르지만 통증환자의 경우 통증이 호흡억제등의 모르핀 부작용과 상충돼 전문가가 잘만 쓰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 문제는 어떤 통증을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 하는 점. 현재 통증치료 방법은 진통제나 진통소염제.전기자극.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제.신경차단등이 있다.

李교수는 "물리치료나 전기자극등의 치료는 효과가 일시적이나 부작용은 거의 없는 반면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에 주사약.냉동.열응고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신경차단치료등은 문제의 자율신경 뿐 아니라 운동신경.감각신경등도 손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숙련된 시술자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 고 설명한다.

스테로이드제도 오십견등에 치료효과는 좋지만 남용하면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는 부작용이 온다.

따라서 용량.간격등을 전문가가 제대로 조절해서 써야 한다.

어머니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겪어야 한다고 여겨온 산통 (産痛) 은 국소마취로 무통분만이 가능하다.

李교수는 "무통분만으로 인한 출혈.신경손상등의 부작용은 1만명중 한명꼴" 이라고 밝힌다.

물론 산후 회복에도 문제가 없다고. 가장 흔히 겪는 염증으로 인한 통증은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삼차신경통.대상포진등의 신경통등 신경손상으로 인한 통증은 진통제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 경우 항경련제.항우울제가 효과적이나 이런 약물 치료로도 반응이 없으면 전기적으로 신경을 자극해 신경흥분을 가라앉히거나 신경외과 미세수술로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두통은 원인 규명을 먼저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 서울대의대 신경과 노재규 (盧宰圭) 과장은 "대부분 두통을 앓는 환자들은 통증을 먼저 없애려고 드나 이는 잘못된 것" 이라고 못박고 원인 규명에 따른 치료 지침을 세워야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긴장성 두통의 경우 불안장애.우울증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무조건 두통을 없애주는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항우울제.항불안제등을 쓰면서 필요할 때만 진통제등을 써야 한다는 것. 盧교수는 "통증은 치료가 필요하나 주관적 증상이라 남용.과잉진료가 되기 쉽다" 며 특히 약이나 물리치료등으로 충분히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질병을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경차단등의 치료를 하는 것은 삼가야한다" 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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