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춤거리는 벤처 활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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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 개설계획을 연기시켰다.

투자자나 창업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사정에선 차라리 새 제도의 실시를 연기하는게 좋겠다는 당국의 조치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벤처기업 장외시장 육성을 통한 벤처기업 활성화는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유력한 돌파구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기대를 모은 시책이 계획입안 두석달만에 후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벤처기업 육성이 자꾸 주춤대면 지금 우리 경제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구조조정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불황산업에서의 퇴출과 유망산업으로의 진입이 자유로워야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다.

벤처기업은 바로 유망분야의 진입을 수월하게 한다는데서 신규 창업은 물론 기존 기업의 변신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고용사정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올해 부쩍 심각해진 고용사정의 악화는 미취업자나 실업자의 비약적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것은 그대로 사회불안으로 연결된다.

벤처기업이 고학력 실업 (失業) 의 예방장치가 되는 것은 한가닥 위안이 된다.

대학가에 불어닥친 벤처 창업 붐이 비록 실질이 좀 떨어지는데도 그런대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벤처투자의 첫째 요건은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것 아닌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 대기업만 쳐다보고 살아왔다.

대기업도 지금은 운신을 가볍게 하기 위해 사내 (社內) 벤처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에 왔다.

기업은 본래 소자본 앙트르프르뇌르 (entrepreneur) 의 창업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벤처기업 육성의 여건을 하루 빨리 앞당겨 창의력과 창업정신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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