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타결된 정치개혁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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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의 정치개혁협상 타결로 12월 대선의 '게임의 법칙' 이 마련됐다.

돈 덜쓰는 대선,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를 위해 지난 한달여 머리를 맞대온 여야는 이번 협상을 통해 '떡값' 수수의 처벌조항 신설과 지정기탁금.옥외집회.사조직 선거운동의 폐지는 물론 찬조금.축의금의 상시제한등 한걸음 진전된 제도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음성자금인 '떡값' 을 안받는 보상책으로 보좌관 증원을 꾀하는등 끼워넣기식 '정치권 이기주의' 행태가 드러남으로써 개혁입법이라는 명분에 손상을 입혔다.

협상 결과중 돈 덜쓰는 선거에 기여할 만한 제도개선으로는 사조직.유사기관의 선거운동 금지및 선거 홍보물의 축소, 옥내집회로의 제한등이 손꼽힌다.

후보자를 위한 모든 사조직의 설치금지를 명문화하고 처벌규정을 신설한 것은 잡음이 많은 음성자금의 소비처를 원천 봉쇄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현행 4종인 홍보용 소형 인쇄물을 이번 대선에서는 책자형.전단형의 2종으로 줄인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관위측은 특히 축의금.부의금의 상시제한을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각종 행사축의금의 전면금지와 함께 경조사 비용도 3만원 범위내에서 상시제한해 정치인이 '유권자의 봉 (鳳)' 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쓰는 곳이 준 만큼 정치인이 돈을 받는 기존의 관행에도 당연히 규제가 가해졌다.

별다른 거부감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왔던 떡값에 대한 규제.처벌조항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여당은 당초 상당히 꺼렸으나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지정기탁금 폐지' 선언이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번 협상에서도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이해에 따른 밀실담합은 여전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는 떡값을 없애는 대신 한때 의원연금제 도입을 논의하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거론을 않기로 했다" 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의원 보좌관 (3급) 을 1명 증원키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일단 보류했다.

특히 유급보좌관을 요구하다 번번이 거절된 광역의회의원들의 거센 반발까지 예상돼 한바탕 홍역도 예상된다.

선거운동기간중의 TV토론 형식과 관련해서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측 모두가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신설기구인 '대선방송토론위원회' 에 최종결정을 미루는 어정쩡한 결과를 낳았다.

협상과정의 뒷얘기도 무성하다.

협상과정중 자민련 이정무 (李廷武) 총무는 지정기탁금 폐지를 가장 강력히 주장한 반면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 총무는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다.

너무 나가지 말라" 고 티격태격해 '준비된 여당' 의 소극적 자세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각종 선거 후보의 정당별 '기호고정제' 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자민련의 작품. 국민회의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기호 2번이 돼 충청.영남지역에서 볼 손해를 예방하려는 의도였다.

옥외연설집회 폐지의 경우 자민련 李총무가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어긋난다" 며 줄곧 원론적 반대를 고집, 논박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국당 목요상 (睦堯相) 총무는 대학후배인 국민회의 박상천총무의 집요한 양보공세가 계속되자 "나는 결재받을 사람도 없는 콩가루 집안의 총무" 라며 초안합의안을 내던지기도 했다.

최훈 기자

<정치개혁 입법 주요 합의사항>

◇선거법

▶정당·후보자 연설회 옥내 제한.

▶사조직·유사기관의 선거운동 금지.

▶정당·후보다 연설회 시·도별 2회 이내 시·군·구별 1회로 축소.

▶명암형 소형인쇄물 폐지등 소형인쇄물 종류 2종으로 축소.

▶자필서신 폐지.

▶축의·부의금의 상시 제한.

▶자원봉사자 보상금지.

▶대통령선거시 신문광고 70회 국고보전.

▶소형인쇄물 선관위 제작·배부.

▶선거사무장등 수당 10% 이상 득표시 선거일후 국고보전.

▶여론조사에 관한 의무규정 강화.

▶선관위의 선거범죄조사권 명시.

▶선거관계자 수당·실비 예금계좌 지정.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관련 행위 선거기간 개시일전 30일내 금지.

▶대통령후보 TV대담·토론회 3회 이상 개최 의무화.

▶대통령선거 방송 토론위원회 설치.

▶방송및 정기간행물 선거보도에 관한 반론보도권 청구권 신설.

▶후보자·연설원 TV·라디오방송연설 각 11회 이내로 확대.

▶대통령선거 경력방송 TV·라디어 각 8회 이상으로 확대.

▶종합유선방송국및 보도프로그램 공급업체도 방송광고·후보자 초청 토론회등 허가.

▶대통령선거 기탁금 5억원으로 상향조정.

▶컴퓨터통신 선거운동 허용.

◇정치자금법

▶지정기탁금제 폐지.

▶국고보조금중 1백분의 20이상을 정당의 정책개발비로 사용하도록 의무화.

▶후원회의 금품모집 방법으로 통신과 정액영수증 교환에 의한 방법 신설.

▶후원회를 둘 수 없는 자가 후원회등을 설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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