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고구려유적 동시 등재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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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강서심묘 (평남 강서군 삼묘리)-강서대묘·강서중묘 등 3기

▶ 덕흥리 벽화고분 (평남 강서군 덕흥리)-1기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은 세계문화유산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다. 정부는 박흥신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12명의 대표단을 옵서버 자격으로 27일 현지에 파견한다.

대표단 일원인 허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올 초 북한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했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이라며 "늦어도 7월 1일에는 심의 통과 여부가 판명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쑤저우에 함께 파견될 이혜은 ICOMOS 한국위원회 집행위원(동국대 교수.지리교육과)은 "등재 결정이 나는 순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므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며 "등재된 후에도 보존.관리를 잘못하면 다시 '위험 유산'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문화재교류과의 최종덕 과장은 "우리는 당사국이 아니라 직접 나서진 못하지만 현지에서 홍보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이란 이름으로 2002년 등재 신청한 유적은 모두 5개 지역 63기(벽화 고분 16기 포함)의 고분.

동명왕릉, 진파리 1.4호분, 사신총, 남포의 강서 대묘.중묘, 덕흥리 고분, 황해남도 안악고분 1.2.3호 등으로 후기 고구려의 유적들이다.

북한의 신청은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7차 WHC총회에서 일부 유적이 원형대로 보존되지 않았고 일부는 ICOMOS 조사단의 접근을 꺼렸다는 이유로 등재가 보류됐다.

당시 ICOMOS는 "지적 사항을 보완한 후 차기 총회에 재상정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중국은 2003년에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이란 제목으로 신청했다. 중국의 유적은 랴오닝성의 오녀산성, 지린성의 국내성.환도산성.광개토대왕비.장군총 등으로 고구려 역사 초기에 해당한다.

배영대.조민근 기자

◇세계유산=역사적으로 소중한 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해 1972년 유네스코는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에 따른 세계유산은 세 종류. '문화유산''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자연유산의 성격이 혼재된 '복합유산'이다. 현재 129개국 총 754곳(문화유산 582곳, 자연유산 149곳, 복합유산 23곳)이 세계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는 세 유형을 모두 심사한다. 올해 중국 쑤저우의 총회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은 문화유산 부문이다. 현재 한국은 종묘.해인사 장경판전 등 7건의 세계문화유산만 보유하고 있다.

내년 총회에서는 한국의 자연유산 등재 여부가 관심을 끌 전망이다. 제주도 한라산 일대에 대한 자연유산 등재 신청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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