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거 진출채비 신용카드업계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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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용카드 업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내년 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 채비를 하는 가운데, 기존 업계 내부에서는 은행계와 대기업계 카드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롯데.신세계등 15개안팎의 대기업.은행들이 카드사업 진출을 확정했거나 검토중이다.

SK텔레콤.동부그룹등은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으며 대우.쌍용.코오롱.한솔.금호.GE캐피탈등은 적극적으로 사업타당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최근 신규진출한 씨티은행에 이어 홍콩샹하이은행도 조만간 진출할 예정이며 조흥.주택은행과 농협은 신용카드 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시장 쟁탈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최근 몇년간 급속도로 성장, 지난해의 경우 사용액이 약 30조원 (현금서비스 제외)에 이르고 있다.

한편 기존 업계에서는 삼성.LG.동양등 대기업계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비씨카드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간 쟁점은 은행 전산망 공동이용 문제. 비씨카드는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주택.기업.부산.대구.충청.경기.경남은행과 농협등 13개 은행이 공동출자한 곳이라 기업계 카드로는 이들 은행점포의 현금자동지급기 (CD)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기업계 카드가맹점 주인들은 매출전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도 이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계 카드사들은 자사 회원들에게도 이들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은행들이 우리 요구를 들어줄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비씨카드가 가로막고 있다" 면서 공정위 제소 이유를 밝혔다.

반면 비씨카드측은 "수년간 엄청난 돈을 들여 구축한 전산망을 개방하라는 것은 무임승차를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카드업에 새로 진출할 다른 대기업들과도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지나친 경쟁으로 신용거래 질서가 더욱 문란해지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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