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1.PC는 게임오락기?…서울지역 중학생 52%가 놀이 몰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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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휴대전화기는 등산중에도 화급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편리한 기기. 그러나 공연장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밉쌀스런 휴대전화기도 있다.

또한 'PC 1천만대 보급' 시대가 왔다지만 주부 열명이면 아홉명은 아직 '컴맹' 수준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정치.경제.행정.교육.국방.의료등 각 분야의 정보화 실태와 함께 무신경하게 지나쳐온 정보화의 부작용.과소비.비능률 현장을 조명해본다.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사는 김선동 (金善東.중1) 군은 요즘 TV에서 '밤새지 말라' 는 카피의 모PC회사 광고를 볼 때마다 뜨끔하다.

"그것 봐라. 밤새도록 게임에 빠지지 말라지 않느냐" 는 어머니의 꾸중을 듣는 것 같아서다.

金군 어머니도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듣기는 마찬가지다.

"당신도 노래방이나 즐길게 아니라 인터넷이나 학습지도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해 봐요. " 그러나 金군과 그의 어머니는 게임과 노래방에 빠진 덕에 어쨌든 그들의 친구들 보다 한발앞서 PC 이용자가 됐다.

이처럼 PC 보급에 게임 같은 오락이 결정적 공로가 있음은 사실이다.

게임은 특히 공부에 시달리면서 마땅히 기분전환할 놀이가 없는 우리 청소년.학생들에게 거의 유일한 '놀이터' 다.

게임은 가장 효과적인 PC입문 수단이기도 하다.

金군과 어머니가 만일 어려운 응용 프로그램으로 PC를 쓰기 시작했다면 밤새는 일이란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임은 연평균 40%의 고속성장을 보이는 내수 1조원규모 (올해 전망치) 의 중요한 산업이기도하다.

이같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PC보급이 1천만대를 넘어섰지만 워드프로세서나 게임 외에 용도가 거의 없는 PC가 대다수" 라고 지적한다.

용산전자상가 컴퓨터매장 관계자들은 "PC를 구입하는 사람 열이면 아홉이 '자녀가 사달라고 졸라서' '남들이 다 가졌으니까' 식의 동기에서 구입하는 것 같다" 고 말한다.

용산상가 SW판매점 '멀티타운' 에서는 게임류가 30%로 가장 많이 팔리는데 비해 교육물은 10%에 불과하다.

한 PC 판매업자는 "게임광 (狂) 의 대다수는 학업이 부진한데 이들이 쏟는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다른 프로그램에 할애하면 좋을 것 같다" 고 아쉬워한다.

따라서 교육소프트웨어 시장이 크지 못하게 되며 더러 학생들이 교육물을 찾아나서도 원하는 상품이 없어 외면하고마는 악순환이 생긴다.

서울지역 중학생의 52%는 PC를 주로 게임오락 (52%)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학습수단으로 주로 활용하는 학생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교육과학연구소가 지난달 삼성전자와 함께 3백83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다.

성인들도 가장 초보적인 문서작성 용도를 제외하면 게임오락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PC로 부업정보를 찾거나 PC통신을 해도 잡담만이 아닌, 정보를 나누는 사용층이 많다.

미국 앤더슨컨설팅에 따르면 미국의 'SOHO족 (族)' 등 PC이용층은 집에서 회계.고객 관리등 개인업무용 프로그램 이용을 일상화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서비스업체인 야후사 조사를 보면 북미.유럽 인터넷 사용자의 90%는 전자우편과 정보검색에 이용하고 67%가 각종SW의 온라인제공 (다운로드) 을 받는다.

그러나 채팅.게임 이용자는 각각 20%에 불과하다.

PC이용자의 생활 자체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수용할 여건이 안돼 있고 게임외 업무.생활에 응용할 이렇다 할 소프트웨어도 부족하다.

거기다 정보화사회를 이끌어 갈 성인의 절반인 주부들은 대다수가 '컴맹' 이다.

이중구 기자

◇ 도움말 = ▶장수영 (張水榮.포항공대 총장) ▶유영환 (柳英煥.정통부 정보화기획과장) ▶남영진 (南榮珍.용산상가 주원PC 대표)

[용어해설]

◇ SOHO=원래 미국 뉴욕의 화랑 (畵廊)가 이름에서 따온 말이지만 '작은 사무실,가정 사무실 (small office home office)' 이라는 뜻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자영업.부업 형태로 꾸려갈 수 있는 틈새형 직업을 가르키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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