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국회 법사위 법무부감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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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법사위 국감은 지난 14일 대검 국감의 재판 (再版) 이었다.

모든 논쟁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문제로 몰렸고 여야의원들은 '벌떼 처럼' 달려 들었다.

국감 마지막 날인 만큼 '마지막 기회' 를 살리기 위한 기세싸움이 치열했다.

법무행정에 관한 질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대검감사 때와는 달리 특별한 추가폭로내용이 없어 알맹이 없는 설전만 오갔다.

특히 오후 들어선 북한군 도발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맥빠진 분위기가 계속됐다.

여야의원들의 논쟁은 결국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였다.

신한국당의원들은 "고발장이 접수된 만큼 검찰은 구국의 차원에서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하며 그를 위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라" 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대통령선거 실시자체가 위험해진다" 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신한국당 홍준표 (洪準杓) 의원은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아무래도 '김신중' 이니 김종구 (金鍾求) 법무장관은 '김신속' 이 되라" 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신한국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이 "비장한 심정으로 오늘 발언에 임한다" 며 폭탄선언을 예고하면서부터였다.

鄭의원은 "84년 1월19일 오후11시부터 20일 오전3시 사이에 모처에서 김대중총재, 박철언 (朴哲彦) 의원, 金총재의 자금관리담당 최측근의원등 3명이 모인 자리에서 金총재가 朴의원의 운전기사가 가져온 중간평가유보 대가자금 2백억원을 받았다" 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못박았다.

바로 야당석이 벌집 쑤신듯 시끄러워지며 고함과 삿대질이 오갔다.

홍준표의원은 鄭의원의 발언을 이어받아 "한보사태때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끝났는 데도 공관까지 방문해 수사를 하더니 김대중씨가 유력한 야당총재라고 눈치만 보기냐" 라고 몰아쳤다.

洪의원은 또 "DJ는 '준비된 대통령' 이 아니라 '준비된 부패정치' 로 나라를 들어 먹을 사람" 이라고 비난했다.

반격에 나선 박상천 (朴相千) 의원이 "이회창후보야말로 재벌 친인척이 많으니 입금액기준 3조원의 비자금의혹이 있는 셈" 이라고 비꼬자 다시 국감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야의원들이 핏대를 올리며 다투는 모습을 김종구장관등 법무부관계자들은 표정변화없이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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