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공판 증인 "화재 현장 훼손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쇄살인범 강호순(39)과 개를 같이 키웠다는 이웃 주민 윤모씨는 법정에서 “평소 강호순은 아내와의 사이가 무척 좋았지만 사망 후 슬픈 표정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18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제1형사부(이태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호순에 대한 4차 공판에서다.

재판부는 이날 강호순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05년 10월 30일 안산시 본오동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안방에 있던 네 번째 부인(당시 28세)과 장모(당시 60세)를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에 대해 16일에 이어 이틀째 심리를 진행했다.

법정에는 강호순의 처남ㆍ처형ㆍ동서 등 유가족 3명과 개를 키울 당시에 알고 지내던 이웃 주민 등 4명이 출석했다. 검찰은 법정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이용해 화재현장 등 자료 사진을 보여주며 증인들에 대해 신문했다.

강호순의 동서(네 번째 부인의 형부) 김모씨와 처형 장모씨는 안산경찰서가 화재 당일 촬영한 현장 사진과 사흘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자 “당시 목격한 화재 현장의 모습은 경찰이 촬영한 사진과 비슷하다”고 진술했다. 강호순이 방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화재 뒤 현장을 훼손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김씨는 “화재 다음날 가족들과 함께 장모 집 안방까지 들어가 화재상황을 직접 확인했다”며 “당시 경찰의 폴리스라인은 설치돼 있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장씨, 처남 등은 모두 강호순이 탈출했다는 건넌방 방범창에 대해 “철로 된 방범창 틀에 구부러진 흔적이 없었고 창틀을 고정하기 위해 박은 못도 일부는 빠지거나 튀어나와 있었다”고 말해 강호순의 주장을 정면 부인했다.

김씨는 이어 “강호순이 보험 가입 사실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삼우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처제의 휴대전화로 보험회사 직원이 전화를 걸와와 가족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호순과 함께 개를 키웠다는 이웃 주민 윤모씨는 “강호순이 화재로 처와 장모가 죽은 사실을 뒤늦게 농담처럼 이야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공판이 시작된 이후 연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던 강호순은 재판부가 “증인들의 진술이 피고인에게 불리할 경우 반박하라”고 주문하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강호순의 정신 상태에 대한 전문의의 상담조사를 요청하자 추후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23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화재 당시 현장을 조사한 경찰관, 소방관, 국과수 관계자 등 7명을 출두시켜 증인 신문을 계속한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