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경제의 정책과제' 국제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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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통일한국 경제의 최우선 정책과제' 국제학술회의 이틀째 세미나가 8일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 전문가들은 통일후 북한토지의 원소유권에 대한 무반환.무보상원칙과 토지사유화 등 토지 및 재산권문제와 북한 제조업.농업의 구조조정방식등을 논의했다.

[토지·재산권제도 개혁]

▶박헌주 토지연구실장, 정희남 책임연구원 (국토개발연구원) = 남북한이 통일된 후 북한의 토지에 대한 원소유권의 무반환.무보상원칙 확립이 필요하다.

북한의 모든 토지는 46년 토지개혁.6.25 사변.집단화등에 따른 소유권변동이 많아 원소유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원토지소유권 처리대상 토지규모가 전체의 40%이상이며, 40조원 이상의 막대한 보상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통일후 북한의 토지제도는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제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다만 토지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과도기에는 임대제를 활용할수도 있다.

토지의 분배방식은 저가의 유상매각원칙을 따라야 한다.

▶울리히 쾨스터 교수 (독일 킬대) = 토지의 사유화방식은 산업전반 특히 농업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토지의 사유화는 원소유권 반환여부에 관한 정치적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동독의 사유화과정은 토지등 부동산매매를 전담하는 트로이한트라는 공기업에 의해 수행됐으며, 대부분 원소유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원소유권 인정과정에서 소유권분쟁등의 문제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 정책]

▶강정모 교수 (경희대) =북한의 경제체제 전환은 중국처럼 점진.단계적 방식이 바람직하나 독일식의 급격한 통일 가능성에도 대비, 북쪽의 산업발전 및 통일한국의 경제통합을 위한 5~10개년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남북한간 큰 소득격차로 두체제의 급격한 통합은 비현실적이다.

두 경제체제의 양립을 잠정기간 인정하고 북한의 실질임금은 생산성과 부합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북측 노동자들의 이주는 엄격히 규제돼야 하며 정부의 임금보조를 통해 이주동기를 감소시켜야 한다.

▶뢰디거 졸트베델 교수 (독일 킬대) =동독마르크의 급격한 평가절상은 동독의 제조업 부문에 일격을 가해 대규모의 역 (逆) 산업화를 초래했다.

통일이후 7년이 지난 지금도 동독의 단위노동비용은 서독보다 현저히 높다.

최근에는 많은 동독기업들이 특유의 '단체협상체제' 에서 탈퇴함으로써 고비용구조를 벗어나고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된 신속한 임금 평준화의 환상은 버려야 한다.

민간투자 증대를 위해 신속.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행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원정책보다는 낮은 조세와 정부간섭의 최소화가 더 효과적이다.

[농업·농촌개혁 정책]

▶문팔용 교수 (건국대) =통일후 북한 협동농장의 급격한 해체는 현재 남한농업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순기능보다 더 큰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영농의 영세성을 심화시키고 토지투기를 부채질하며 농민의 생활터전 상실과 식량유통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농지분배를 통한 사유화 정책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될 때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선은 현재의 대단위 협동농장을 부락.분조등 현재보다 작은 단위로 재편하고 모든 토지는 공유화 또는 토지관리전담기구의 소유로 전환해 잠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슈테판 폰 크라몬 타우바델 교수 (독일 킬대) =통일후 남한이 농업부문에서 직면할 문제는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클 것이다.

첫째는 효율성 면에서 잠재력이 더 큰 북한의 농업으로부터 남한의 농업이 오히려 도전받을 수 있다는 위협이고 둘째는 통일초기의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서 독일은 EU회원국들과 농업지출비용을 분담할 수 있었던 데 비해 남한은 농업개혁에 따르는 제반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혜경·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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