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신변 안전 근본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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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9일 중단됐던 남북 간 육로 통행이 하루 만에 재개됐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공단을 오가는 남측 인력의 통행도 정상화됐다. 하지만 자국민의 신변 안전이라는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언제 다시 통행이 중단돼 개성공단을 오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가 재발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전적으로 북한 손에 달려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를 문제 삼아 군 통신선을 차단, 육로 통행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한 일이라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재개를 촉구한 게 전부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선처’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 간에 우발적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개성공단에 가 있는 우리 측 근로자들은 꼼짝없이 ‘볼모’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개성공단을 유지하자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 경협의 상징성으로 보나, 실익으로 보나 개성공단을 계속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 이 기회에 개성공단 내 남측 인력의 신변 안전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신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사업의 지속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내 남측 인력의 신변 안전과 무사 귀환만큼은 100% 보장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2005년 발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규정된 선언적 성격의 모호한 신변안전보장 조항만으로는 실질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 정부는 무턱대고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촉구할 것이 아니라 우선 이 문제를 의제로 북한에 정식으로 대화를 제의하라.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 사태를 원치 않는다면 북한도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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