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주경기장 후보지]뚝섬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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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 위해 뚝섬을 가장 적당한 부지로 선정한뒤 LG측에 매각해 놓고 이제와서 경기조건에 맞지 않는 야구장을 건설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축구협회등 축구계는 월드컵 주경기장 후보지로 동대문운동장과 함께 뚝섬부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LG의 돔구장 건설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남광우 (南光祐)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1천7백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뚝섬 주변 도로정비 계획까지 세워놓고 이 지역을 제외하는 것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 이라며 "이곳에 월드컵 주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협회측이 주장하는 뚝섬부지는 현재 골프연습장.산책로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LG돔구장 예정지역과 강원산업 부지 사이에 있는 지역. 용비교가 뚝섬길로 연결되도록 건설되는등 주변 지역 도로가 대폭 정비되고 기존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데다 공사중인 분당선이 이곳으로 통과토록 계획돼 있어 대중교통 여건은 상당히 좋은 편. 게다가 전체 부지가 시유지로 돼 있어 별도의 보상비가 필요없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일단 이 지역을 다른 후보지와 함께 선정위원회에 제시할 예정이지만 반대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두개의 경기장이 한곳에 몰린다면 교통혼잡이 극심해지는 것은 물론 환경훼손도 우려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주경기장 건설에 3천억원과 돔구장에 6천억원등 모두 9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뚝섬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역별 균형개발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인근 주민들이나 관할 성동구청측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루 1천여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골프연습장.테니스장.게이트볼장.배드민턴장.배구장은 물론 골프연습장 주변의 산책로등 휴식.체육공간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근 동아아파트 주민 임영숙 (林英淑.50) 씨는 "LG돔구장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도 반대 움직임이 있었는데 바로 옆에 월드컵 주경기장이 또 들어선다면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고재득 (高在得) 성동구청장도 "서울시 신청사가 용산쪽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신청사 부지로 남겨놓는 것이 현명한 처사" 라며 "월드컵 주경기장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역이 많은데 굳이 이곳에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뚝섬지역은 주민과 서울시.관할구청측의 반대가 만만찮아 최종 부지로 선정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계영.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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