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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뽑아서 더 맛있는 '막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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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춘천에 있는 한 막국수집에서 맛 본 메밀면의 은은한 향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았다. 메밀100%라고 써 있는 다른집들도 가 봤지만 그만한 메밀향이 있는 막국수는 아직까지 먹어 본 적이 없다. 국수 빛깔을 보면 다른 집들에서도 메밀을 속여 사용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함량보다는 질 좋은 메밀을 사용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춘천에 가면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까지 해 볼 수 있는 막국수 체험관이 있는데 그 곳의 설명을 들어보니 춘천시에서 자체 연구한 바로는 메밀 함량60%정도가 제면하기 좋고 맛도 좋아서 추천하는 비율이라고 한다. 간혹, 전분과 밀가루에 태운 메밀 껍질을 넣어 색깔만 시커멓게 만든 것을 메밀 함량이 놓은 막국수라며 내 놓는 곳이 있다. 막국수 면발에 거뭇거뭇하고 거친 것이 많을 수록 메밀 함량이 높은거라 오해할 수 있지만 그 거뭇거뭇한 것은 메밀함량이 높아서가 아니라 도정 과정에서 생기는 메밀껍질에 열처리를 해서 색이 진해진 것을 섞었기 때문이다.

면을 지금 막, 바로 뽑아내서 '막국수'라고 부르는데 국수를 만드는 재료인 메밀가루의 특성상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메밀은 반죽에 찰기를 주는 글루텐 생성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쫄깃쫄깃하기 보다는 뚝뚝 끊기는 맛이 있고 메밀100%로 순면을 만들기가 어렵다. 같은 이유 때문에 만드는 방법도 일반적인 다른 면류와는 차이가 있다. 밀가루 처럼 끈기가 있으면 자장면이나 칼국수처럼 반죽을 얇게 밀어 만들 수 있을텐데 메밀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메밀은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서 국수 틀에 눌러 빼내는 동시에 끓는물에 삶아낸다. 또, 면을 미리 만들어 두면 그나마 있는 끈기도 없어지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바로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끓는 물에 삶은 것은 냉수에 3∼4번 헹구어 사리를 만든다. 동치미 국물이나 사골과 양지로 우려낸 육수를 섞은 국물에 말거나 양념에 비벼 먹는데 김치나 절인 무를 곁들이기도 한다. 부재료의 구성 및 조리법에 따라 보통막국수, 온면막국수, 비빔막국수, 비빔회막국수, 쟁반막국수, 메밀쌀막국수, 콩물막국수, 꿩물막국수 등의 이름을 붙인다. 막국수집에 따라 겨자, 고추냉이, 양념장등을 더해 맛을 내기도하는데 막국수에서 주목할 것은 잘 뽑은 메밀면이지 양념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대로 맛을 조절하면 된다.

메밀은 다른 곡물에 비하여 단백질 함량이 높고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도 높아 영양균형이 좋은 식품이다. 감자나 쌀 등 다른 작물의 전분질보다 소화가 서서히 진행되므로 당뇨병, 고혈지증 등을 컨트롤하는 탄수화물 특성을 가지고 있다. 메밀에는 식물섬유가 백미의 8배, 밀가루의 2배이상 함유되어 있으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가치가 있고 특히 티아민(thiamine)의 함량이 높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밥에는 티아민이 부족한데 티아민의 결핍은 각기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메밀를 먹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