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와 건축가 김수근의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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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식 교수가 당선작인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KIST 본원에 이어 전북 분원도 김수근씨와의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KIST가 전북 완주에 지으려는 전북 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김수근씨에게 사사를 받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 민현식 교수가 설계를 맡게 됐다. 민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973년 김수근씨의 공간연구소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그와 인연을 맺었다. 민 교수는 김수근씨를 스승이라고 부른다.

민 교수는 KIST가 전북 분원을 짓기 위해 국내 유명 건축가 7명을 초청해 벌인 설계 경기에서 4일 당선됐다. 그에게는 복합소재기술연구소의 설계권이 주어진다. KIST로서는 이공계 연구소 건축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국내 유명 건축가 7명을 초청해 설계 경기를 벌여 당선자를 가리고, 당선자에 최종 설계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6명에게는 참가비 2500만원이 주어진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소를 지을 때는 대부분 경쟁 입찰 등을 통해 설계자를 결정했었다. 복합소재기술연구소의 부지는 약 15만3000㎡, 연건평 2만8000㎡다. 민 교수는 초창기 김수근씨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 그만의 건축 세계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건축가다. 국립국악학교·대전대학교 체육관·한국전통문화학교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가 전북 분원의 설계에 초점을 맞춘 개념은 ‘자연을 이기지 않는 건축’이다. ‘가장 진보된 건축은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정신을 구현해 보자는 것이다. 건축 공간의 배치는 최대한 부지의 지형에 순응하게 하고 자연 채광, 자연 통풍, 도보와 자전거 이동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내부 공간도 기본 공간 이외의 공간을 자유롭게 확장·축소할 수 있게 하고, 연구원들이 우연으로라도 자주 만날 수 있게 공동 공간을 전면에 배치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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